[Hip한 IT] 갤럭시를 넘어선 삼성 페이, 미래전략 찾기 시작?
[Hip한 IT] 갤럭시를 넘어선 삼성 페이, 미래전략 찾기 시작?
  • 이창호 기자
  • 승인 2017.02.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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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지위 위해 무료 개방한 T맵이 성공모델
▲ 삼성전자가 삼성 페이를 갤럭시 외에 타사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삼성 페이 미니' 서비스를 1분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삼성전자)

애플하면 첫 번째 떠오르는 단어는 '아이폰'일 것이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마트폰 제조업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플의 강점은 아이폰이라는 제품 하나가 아니다. IOS라는 자체 OS를 보유하고 있고, 아이튠즈 등 자체 소프트웨어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장점 중 주목할 점은 아이클라우드다. 한번 아이클라우드에 사진이나 음악을 업로드해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시스템을 이용하기 싫어진다는 게 아이폰 사용자들의 의견이다. 안드로이드폰보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충성심이 더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애플의 선례를 통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좋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로 사용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다양한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새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기본사양으로 집어넣는 경쟁이 시작됐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경쟁을 벌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삼성 페이라는 서비스 역시 처음에는 이런 취지로 도입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애플이 2014년 애플 페이를 선보인 이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삼성은 2015년 삼성 페이를 출시했고, 갤럭시 사용자들에게 나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제 삼성 페이를 쓰기 위해 갤럭시를 이용한다는 의견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삼성 페이를 갤럭시 외에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기로 했다. 어떤 맥락인지가 궁금해진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삼성 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삼성 페이 미니' 서비스를 1분기 중 국내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는 '삼성 페이 미니' 앱을 다운받아 카드를 등록하면 온라인 결제부터 멤버십, 라이프스타일, 교통 카드 등 기존 삼성 페이의 부가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오프라인 결제를 할 수는 없다.

삼성 페이를 갤럭시 외에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삼성 페이 사용자들이 보다 늘어날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온 삼성 페이가, 보다 공격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선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사용자들을 끌어오는, 기존의 선탑제 앱으로써의 기능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지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밖에 없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던 T맵은, SK텔레콤의 효자 서비스였다. 통신사들이 개발한 모바일 내비게이션 맵은 물론 차량에 설치하는 내비게이션에 설치된 맵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T맵을 사용하기 위해 SK텔레콤으로 이통사를 옮겨가는 사용자들도 다수 발생하고 있었다. 다른 이통사 가입자들도 월 4000원을 내면 T맵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SK텔레콤에 가입해 무료로 이용하기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적지 않았다.

▲ T맵 사용 화면 (사진=SK텔레콤)

그런데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T맵 서비스를 다른 통신사나 알뜰폰 가입자에게 무료로 개방하기로 했다.

T맵 서비스 자체만 놓고 보면, SK텔레콤이란 플랫폼을 넘어서면서 이례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게 된 셈이다. 그러나, SK텔레콤으로 고객을 불어들이는 역할은 과거에 비해 약해질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T맵 무료 개방에 대해 "T맵을 자사 고객에게만 무료로 제공하며, 강력한 마케팅 차별점으로 활용해왔던 것을 포기하는 대신, '플랫폼 개방'을 통한 차세대 플랫폼 서비스 확산 기반 및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과감한 도전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무료개방 이후 T맵 월간 사용자는 6월 보다 300만명 가까이 늘어나며 지난해 10월 들어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 150만명 가량이 타 이통사 가입자들이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한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다.

T맵의 사례를 보면, 삼성 페이가 갤럭시 외에 다른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개방한 이유도 짐작해볼 수 있다. 간편결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단순히 서비스를 개방했다고 삼성 페이 이용자수가 급증하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열린 서비스를 통해 플랫폼의 지위를 점하게 되는 순간, 삼성 페이는 삼성의 새로운 사업을 열어가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갤럭시 사용자를 늘리는 부수적인 서비스로만 보는 단견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삼성이 미래전략을 이곳에서 찾겠다는 의지라면 충분히 합리적인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데일리팝=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