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문화:리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160분이 아쉬운 이유
[나홀로 문화:리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 160분이 아쉬운 이유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7.03.28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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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부터 앙상블까지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성공적'
▲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 공연장면 중 지킬/하이드역의 '카일 딘 매시'가 노래하고 있다. (자료 제공:오디컴퍼니)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섬세하게 표현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6글자 단어 하나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로 뮤지컬 배우들은 물론 관객들에게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지킬 앤 하이드 월드트어는 정신분열인 아버지를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약을 발명하고자 연구를 지속하다 두개의 자아를 갖게 된 지킬&하이드 역의 '카일 딘 매시'(Kyle Eean Massey)와 술집 클럽에서 노래하는 무용수이자 지킬을 짝사랑하는 루시 역을 맡은 '다이애나 디가모'(Diana DeGarmo), 지킬의 약혼녀 이자 지고지순한 사랑의 소유자인 엠마를 연기한 '린지 블리븐'(Lindsey Bliven) 등 다양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다수 참여한 실력파 배우를 통해 무대가 꾸며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많은 뮤지컬 관객들이 그러하듯 기자도 기존 한국배우들이 연기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도 좋아하지만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 자주 만나 볼 수 없는 물 건너(?) 온 배우들로 극이 구성되어 있어 평소보다 높은 기대치를 한편에 내려놓고 좀 더 냉정하게 극을 보기위해 노력했다.

가장 먼저 살펴보고자 했던 것은 유명 뮤지컬을 떠나 외국 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만큼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막을 따로 읽으면서도 배우들의 감정을 잘 전달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부 해외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의 경우 내용을 사전에 숙지하고 가더라도 극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아 비싼 공연 표 값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이 시작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같은 생각은 더 이상하지 않게 됐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그 자체만으로 그들이 말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이야기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지킬 앤 하이드는 인간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선과 악을 동시에 표현하는 주인공 지킬의 섬세한 연기가 매력적인 뮤지컬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각자 다른 위치에서 지킬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엠마와 루시 두 여주인공들의 연기가 물이 오른 듯이 보였다.

▲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 공연장면 중 루시 역을 맡은 다이애나 디가모가 춤을 추며 노래하고 있다. (자료 제공: 오디컴퍼니)

여주인공인 지킬의 약혼녀 엠마의 경우 엠마에 빙의된 듯 사랑에 빠진 사랑스러운 몸짓과 애틋한 눈길과 목소리로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며, 지킬의 또 다른 모습인 하이드의 사랑을 받는 루시 또한  자유와 꿈을 갈망하며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애틋한 몸짓과 지킬의 따뜻함에 사랑에 빠진 모습을 잘 표현했다.

그렇다고 지킬의 연기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처음 지킬의 목소리가 너무 부드러워 임팩트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하이드와 자아가 분리되는 장면을 기점으로 왜 배우가 그렇게 노래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극적인 변화와 표현을 위해 목소리의 강약을 조절한 것이다.

앙상블 또한 모나지 않았다. 특정 소수의 뮤지컬의 경우 극 전체의 흐름과 몰입도를 방해할 정도로 앙상블이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해 문제가 되는 반면 이번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에서는 적제적소에 등장해 극 전체의 이해와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주인공들의 워낙 유명하고 노래를 잘하기 때문에 자칫 기억에 남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공연의 경우 오히려 적은 분량이 아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가수를 뽑는 한 오디션프로그램 심사위원이 진짜 음악을 잘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그 노래가사의 주인공이 된 듯 빠져들어 노래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가 그랬다. 매 순간 진짜 그들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감정이 그대로 전달됐으며, 앙상블의 화음까지 완벽했다.

지킬 앤 하이드 월드투어 서울공연은 오는 5월 2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