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상도(商道)없는 이마트 '노브랜드', 메기인가 배스인가
[뉴스줌인] 상도(商道)없는 이마트 '노브랜드', 메기인가 배스인가
  • 정단비, 오정희
  • 승인 2018.05.0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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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권·이마트24·업계 전방위 '눈총'..'동네북' 될 듯
ⓒ뉴시스
 이마트 '노브랜드' ⓒ뉴시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인 이마트 '노브랜드'를 둘러싼 잡음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노브랜드가 상도(商道)없는 출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출점 제한에 걸려있는 대형마트 '이마트', 편의점 '이마트24'를 대신해 새로운 시장 공략 전략으로 내세운 것이 '노브랜드'라는 해석이다.

'노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저렴한 가격의 자체브랜드 상품 PB(Private Brand)를 앞세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24, 이마트 한켠에서 시작된 노브랜드는 이제 독자적인 매장을 차릴만큼 규모를 갖췄으며 가성비면에서 노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마트는 2016년 8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노브랜드 전문 매장을 오픈한 후 기존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교체하거나 대형 아울렛에 숍인숍 형태로 입점하는 등으로 시장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벌써 지난 3월 기준으로 점포가 110개가 됐다.

이런 노브랜드의 시장 진입에 벌써부터 지역상인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노브랜드가 SSM처럼 본격적으로 지역상권에 진입한다면 또다시 골목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인해 전통시장 1㎞ 이내 대형마트와 기존 SSM이 신규 출점에 발목을 잡히자 노브랜드라는 새로운 SSM으로 출점에 나서는 것은 '꼼수'라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 측은 이같은 반발을 타개하기 위해 경동시장 등 재래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열어 시장 활성화에 일조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주시에서는 노브랜드 입점 저지 투쟁이 1년 가까이 벌어지고 있으며 춘천석사점 입점이 예정된 강원 춘천지역에선 인근 중소상공인들의 반발 등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지역민심을 고려해 6.13 지방선거 공략에도 골목상권 활성화 공략이 나오면서 이마트를 향한 따가운 눈초리가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이마트24' 점주들의 분노
"겹치는 상품은 3% 불과"

노브랜드는 지역상권 이외 편의점 이마트24 점주들에게도 '미운 털'로 인식되고 있다.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점주들은 인근에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서자 '250m 이내 가맹점 및 직영점 출점을 하지 않는다'는 가맹계약서 조항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천 서구 마전동에서는 이마트24와 불과 15m 떨어진 곳에 노브랜드 매장이 신규 출점하려고 하면서 점주가 영업금지가처분 신청까지 하는 마찰이 있었다. 이에 이마트 측은 한 발짝 물러나 점주와 협의를 하며 오픈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용진 부회장은 "뼈아픈 실책 중 하나"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마트24에서는 비판을 의식한 듯이 2017년 2분기 이후 오픈한 노브랜드 전문점과 250m 이내에 있는 이마트24 10개 점포의 2018년 1분기 하루 평균 매출을 전년 동기와 비교한 결과를 내놨다.

결과는 '매장 80%가 매출이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노브랜드 전문점과 거리가 100m 내인 이마트24 한 곳의 매출은 70.4% 늘어 10곳 중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즉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와 이마트24는 업태가 다르다"며 "담배나 인기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겹치는 상품군도 3%에 불과하다. 겹치는 제품을 (이마트24에서)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노브랜드의 사업 목적에 대해 "소비자에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며 소비자들의 접근 편의성을 위해 매장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며 "노브랜드 인근 이마트24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크게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소비자의 선택은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일부 이마트24 점주들은 편의점에서 노브랜드 제품이 빠지는 것을 원치 않는 모양새라 상품 중복률을 낮추는 방향에 대한 조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전용존을 도입해 상품 차별화를 강조한 바 있다.

홈플러스와도 신경전
과포화된 유통업계, 무차별 입점 논란

노브랜드는 이마트24 점주들의 반발만 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형마트 1,2위를 다투는 홈플러스와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노브랜드가 숍인숍 형태로 여러 대형몰에 입점하다 보니 홈플러스와 상권이 겹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자사가 입점한 건물에 이마트 노브랜드가 들어서자 이마트 본사에 항의를 비롯해 체인스토어협회에 회원사 간 윤리와 상도의 등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상권은 대전 가오동에 위치한 쇼핑몰 '패션아일랜드'. 홈플러스는 이곳 지하에서 2012년부터 영업을 진행해왔으나 2017년 11월 노브랜드가 같은 건물 2층이 입점했다.

이후 인천 연수구에서도 노브랜드가 대형 쇼핑몰 '스퀘어원'에 입점을 타진하면서 또다시 홈플러스는 반발하고 있다. 이곳 역시 홈플러스가 지하에 입점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서울 교대역 지바이브센트럴플라자에서는 먼저 입점해있던 롯데슈퍼가, 울산의 신선도원몰에서는 메가마트와 상권이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업태가 다르다고 해도 노브랜드가 적지 않은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입점 행태는 상도에 어긋나지 않냐"고 말했다.

 

(데일리팝=정단비, 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