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수억원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7월 23일 하도급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 법인과 간부직원 및 관련 담당자 5명도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9월 공정위가 발표한 '기술유용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기계, 전자 업종 등에 실시한 직권조사의 첫 결과물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부터 하도급업체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굴삭기에 장착하는 에너 컴프레셔를 납품 받아왔고, 2015년에 납품가격 18% 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노코퍼레이션은 이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두산인프라코어는 업체로부터 받은 에어 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2016년 3월~2017년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새로운 공급업체(제3업체)에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제작도면 31장에는 에어 컴프레셔 각 모델별 제작도면으로 에어 컴프레셔의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도장 방법, 부품 간 결합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담겼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3업체가 납품을 시작하자 이노코퍼레이션은 지난해 8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납품단가는 모델에 따라 최대 10%까지 낮아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2017년 30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이름으로 기술자료를 받아 하도급업체 도면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이는 제품을 위탁한 대로 제조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하도급업체가 작성하는 도면으로, 제조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어 기술자료에 해당한다.
원사업자가 하도급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기술자료 명칭·범위, 요구 목적, 요구일·제공일·제공방법, 비밀유지 방법, 기술자료 권리귀속 관계, 대가 및 대가의 지급 방법, 요구가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긴 서면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단 한 건도 서면을 제공하지 않고 하도급업체 도면 총 382건을 손에 넣고 보관해 왔다. 이렇게 얻은 이노코퍼레이션의 기술자료는 제3업체로 넘겨져 이 업체의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에 하도급업체에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정당한 사유로 기술자료 요구 시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했다.
공정위는 기술유용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는 법 개정을 하반기에 추진하고, 또 기술유용 사건 2개를 올해 안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