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가임기 지도에 이어 '출산력 지도'까지...1960년대 수준의 조사에 "와글와글"
[뉴스줌인] 가임기 지도에 이어 '출산력 지도'까지...1960년대 수준의 조사에 "와글와글"
  • 이지원, 이지연
  • 승인 2018.09.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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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여성의 집 문 앞에 한 장의 쪽지가 붙어 있다.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해당자이십니다"
"댁에 아무도 계시지 않아 다시 방문하고자 합니다"
해당 쪽지에는 가임기에 해당하는 여성의 출생연도와 함께 '조사 해당자'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지난 8월 31일, SNS상에 올라온 이 작은 쪽지는 세간을 뜨겁게 달궜다.
1인가구 여성 曰 "혼자 사는 것도 무서운데 가임기 대상자라는 것까지 대놓고 밝히는 이유는 뭔가요?"
"범죄의 표적이 되기 딱 좋은 것 아닌가요?"
여성이 혼자 산다는 것을 은연 중에 내포하고 있어 1인가구 여성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1960년대에 고립된 출산력 조사?
① 아내는 자신의 경력을 쌓기 보다는 남편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② 남편이 할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고 아내가 할 일은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것이다.
-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조사 문항 中-
 
1964년부터 시작한 전국 출산력 조사
달라지는 성별 역할 인식 속에서도 조사 문항은 여전히 '가부장적'인 모습
50년 가까이 진행된 이 조사, 아직까지도 조사 문항 내용은 1960년대에서나 볼 법한 질문들뿐이었다.
 
지역별 가임기 여성 인구수는 무슨 필요?

여성들의 분노를 산 정부와 지자체의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6년 12월,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
이 지도에는 가임기의 여성 수를 지역별로 구분&가임 여성이 얼마나 거주하고 있는지 1명 단위까지 세세하게 공개되곤 했다.
"저출생의 원인이 여성에게만 있단 말인가"
"정부는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
"대체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낱낱이 기재하는 것은 무슨 필요가 있느냐"
 
아이 낳는 일에 각인 효과가 웬 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출산력 조사 중 조사를 행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결혼 및 자녀 가치관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홍보 및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
② 보편적 가족가치의 발굴을 통한 가계와 정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노출해 심리적인 각인 효과까지 가져올 수 있도록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출산력 조사의 이유 中-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홍보와 교육? 가족가치를 위한 심리적 각인 효과?
아이를 낳는 것은 비단 여성만의 일이 아니다.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여성들의 비임신 선택은 강요할 수도, 심리적으로 회유할 수도 없다.
어떠한 교육이나 강요보다는 임신한 여성을 위한 정책 마련이 더욱 시급하지 않을까?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이지연 디자이너)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