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사퇴... 정점 치닫는 돈봉투 수사
국회의장 사퇴... 정점 치닫는 돈봉투 수사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2.0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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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든 걸 짊어지고 가겠다" 박희태 시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한종태 국회 대변인을 통해 "나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며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장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당시 원내·외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의혹으로 그간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 박희태 국회의장 ⓒ뉴스1

이에 박 의장은 "내가 모든 걸 짊어지고 가겠다"며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내 책임으로 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동안 사랑해준 국민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당시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사퇴함에 따라 그 동안 '진술거부 담합'으로 정체돼 있던 돈봉투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박 의장은 돈봉투 관련 의혹에 대해 일관되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잘 모르겠다"는 등으로 부인해 왔다. 이날 박 의장 자신이 사건의 책임 당사자임을 처음으로 자인한 것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돈봉투 의혹의 당사자로 '자기책임'을 규정한 이상, 박 의장에 대한 검찰 조사와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과 함께 일관되게 돈봉투 윗선배후 의혹을 부인해왔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도 박 의장과 비슷한 시기에 검찰 소환조사를 통한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김 수석은 참고인들의 진술을 허위로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까지 받게 될 경우 사법처리 강도가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은 박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40)가 '모르쇠'로 일관해 왔던 진술을 뒤집으면서 급반전된 것이다. 고씨는 최근 검찰의 비공개 조사에서 전당대회 경선 당시 고승덕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의원실로부터 돌려받은 300만원을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돈을 돌려 받은 뒤 이 사실을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고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앞서 검찰조사에서는 고 의원측으로부터 "돌려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썼고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해왔다.

김 수석은 안병용 새누리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의 돈봉투 살포와 관련해서도 이를 공개한 구의원들로부터 돈 전달을 지시한 당사자로 지목돼왔다.

검찰은 오늘 오후 2시 조정만 국회의장 수석비서관을 다시 소환해 조사한다. 일관되게 돈봉투 의혹을 부인했던 조 수석비서관이 이날 박 의장 사퇴 이후 진술과 심경에 어떤 변화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수석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친 후 김 정무수석과 박 의장을 연이어 소환해 돈봉투의 실체를 밝힌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미 박희태 캠프 측의 계좌추적을 통해 전대 직전 라미드그룹으로부터 소송사건 수임료 명목으로 받은 우리은행 1000만원권 수표 10장 중 4장을 조 수석비서관이 2008년 6월말 현금으로 바꾼 사실을 확인했다.

또 라미드그룹에서 사건을 수임한 박희태·이창훈 법률사무소측에서 박 후보 캠프의 공식회계책임자였던 함모 보좌관에게 1000만원을 보낸 사실도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