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스트리밍 시대'의 현실..히트곡의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트렌드줌인] '스트리밍 시대'의 현실..히트곡의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 이지원
  • 승인 2019.03.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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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스트리밍 서비스가 디지털 음악 서비스의 주류로 부상하며 히트곡의 길이가 해마다 짧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히트곡의 길이가 해마다 짧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직접 다운로드를 통해 노래를 들던 소비자들이 점차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감상하며 스트리밍 서비스가 다운로드를 제치고 디지털 음악 서비스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 음반 산업 협회(RIAA)'가 지난 2018년 9월 출간한 '2018년 음악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75%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소비하며, ▲디지털 다운로드는 12% ▲피지컬 소비는 10%에 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Spotify)'를 필두로 애플 뮤직 등의 주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음악 소비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 변화는 곧 시장의 변화로도 이어진다. 미국의 경제매체 '쿼츠(Quartz)'에 따르면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오른 곡의 평균 길이는 2013년 3분 50초에서 2018년 약 3분 30초까지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8년 6월, 미국 내에서 큰 히트를 거머쥐었던 가수 드레이크(Drake)의 앨범 'Scorpion'은 2016년 발매한 'Views'보다 트랙 수는 5곡 더 많았지만 전체적인 곡의 길이는 오히려 11%나 줄어들었다. 곡의 길이는 짧아졌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수록곡들은 싱글 차트를 점령했고, 이에 대부분의 가수들도 이러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2018년 9월, 릴 펌(Lil Pump)과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발표한 'I Love It'은 발표 후 2개월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약 1억 9300만 회 이상, 유튜브에서는 2억 70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I Love It은 미국의 싱글곡 인기 차트인 '빌보트 핫 100(Billboard Hot 100)'에서 무려 6주 동안 머물렀으나, 이 곡의 길이는 불과 2분 7초에 그쳤다. 릴 펌의 또다른 히트곡 'Gucci Gang'은 2분 4초짜리 곡으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하기도 했다.

또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경우 2012년 발표한 앨범 'Good Kid, MAAD City'의 평균적인 곡 길이는 5분 37초였지만 2017년에 발표한 'DAMN.'의 평균적인 곡 길이는 3분 57초로 짧아지고 있는 경향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다.

드레이크의 앨범은 (사진=빌보드 핫 100 차트 캡처)
드레이크의 앨범은 이전보다 트랙 수는 늘었지만 전체적인 재생 시간은 줄어들었다. (사진=빌보드 핫 100 차트 캡처)

이처럼 음악이 짧아지는 현상은 비단 힙합 장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음악 장르에서 나타나고 있다. 약 2분대 길이의 짧은 곡들이 차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수년 새 급증하고 있다.

컨트리 음악 가수인 제이슨 올딘(Jason Aldean)이 2010년부터 2년마다 발표한 5장의 앨범을 비교했을 때, 트랙 수는 15개로 모두 같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길이는 점점 짧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2010년에 출시한 앨범에 비해 2018년에 출시한 앨범의 총 재생 시간은 18% 가량 짧아졌다.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오른 곡 중 길이가 2분 30초 이하인 곡의 비율 추이를 살펴봤을 때, 2015년에는 약 1~2% 정도에 머물렀지만 2016년부터는 급증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6%에 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노래의 길이가 짧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쿼츠는 재생 횟수를 기준으로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 배분 모델 때문일 것이라 추측했다.

미국음반산업협회가 발표한 2018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음악 수익의 75%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발생하는데,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에서 곡이 한 번 스트리밍 될 시 권리자에게 지급되는 수익은 약 0.004달러(한화 약 4.5원)라고 밝혔다.

이 배분 금액은 곡의 장르나 길이에 관계없이 동일하기 때문에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스트리밍의 재생 수를 늘려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짧은 시간에 순간적으로 귀를 사로잡는 곡들이 요구되며 길이가 짧아지고 있는 것이라 쿼츠는 분석했다.

대중의 귀를 잡기 위해 노래 구성이 단순해진 것도 길이가 짧아지는 이유다.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사이트들은 한 곡이 30초 이상 재생됐을 때 1회 스트리밍 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흥미 없는 노래는 일부만 듣고 바로 넘기지 않도록 보다 매력적인 클라이맥스 부분이 앞에서도 나온다는 것이다.

1920년대~1950년대의 히트곡은 대체로 2~3분 정도의 길이였다. 이는 과거의 축음기가 짧은 길이의 곡만을 녹음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LP판과 카세트테이프, CD 등 미디어의 저장 용량이 커지면서 긴 곡을 수록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곡의 길이도 길어지게 된 것이 우리에게도 금새 익숙해졌다.

하지만 CD 등 물리적 매체의 시대가 저물고 스트리밍의 시대를 맞이하며 점차 음악은 단순한 방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스트리밍의 시대는 결국 기술과 경제 논리에 의해 짧은 노래만을 안겨 주게 된 것이라 추측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자료=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영향으로 점점 짧아지는 히트곡의 길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재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