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하기만 했던 한 평 짜리 '고시원' 막는다..서울시, '고시원 주거기준' 첫 수립
열악하기만 했던 한 평 짜리 '고시원' 막는다..서울시, '고시원 주거기준' 첫 수립
  • 이지원
  • 승인 2019.04.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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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의 국일 고시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11월, 총 7명의 사망자를 낸 종로의 '국일 고시원' 화재 사고는 노후된 고시원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지표로 남았다. 국일 고시원 내에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화재의 초기 진압에 실패했으며, 미로형 구조 탓에 피난 또한 쉽지 않았다.

이처럼 고시생의 공부방 역할보다는 주거취약계층의 상징적인 주거지로 불리거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스프링클러조차 없어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서울 도심의 고시원들이 변화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3월 18일, 서울시는 고시원 거주자의 주거 인권을 근본적으로 바로 세우고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고시원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전까지 '주택법 시행령'을 통해 최소주거조건을 갖추고 있던 1인가구에 비해 고시원은 해당되지 않아 최소주거조건인 14㎡ 면적과 전용 부엌 등 최소의 주거조건마저도 적용받지 못했다. 더욱이 고시원을 지을 때 적용되는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에는 복도폭에 대한 규제만 존재할뿐, 실면적이나 창문설치 유무 등의 구체적인 기준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방의 실면적과 창문 설치, 간이 스프링클러 등을 규제하는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마련했다. 따라서 앞으로 시의 노후고시원 리모델링 사업 등에는 서울시가 마련한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에 따라 방의 실면적을 7㎡(화장실 포함 시 10㎡) 이상으로 해야 하며, 방마다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시의 노후고시원 리모델링 사업 등에 즉시 적용하고 민간까지 확산되도록 관련법 개정을 정부에도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고시원 내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또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전액을 지원하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지원 사업'의 올해 예산을 2018년 대비 2.4배 증액한 총 15억 원을 투입하며, 노후 고시원 약 70개 소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 

올해부터는 설치비를 지원받는 조건으로 지원 조건도 완화했다. 입실료 동결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며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고, 보다 많은 고시원이 신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내 전체 고시원 5840곳 중 1061개 소는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기 이전인 2009년 7월 이전부터 운영 중인 곳으로, 사실상 화재의 위험에 무방비한 상태로 남아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부터 시행했던 '고시원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을 확대하며 중앙 정부와 협력해 향후 2년 내 모든 고시원에 간이스프링클러가 설치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19년 3월 18일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 서울시는 고시원에 사는 거주자도 '서울형 주택 바우처'의 대상에 포함하며 1인당 월 5만 원 상당의 일부 월세를 지원받을 수 있게 한다.

서울형 주택 바우처란 저소득층의 주택 임대료 중 일부를 시가 보조해 저소득 시민의 주거비 부담 완화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본래 '주택' 거주자로 대상이 제한돼 있어 고시원 거주자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러한 서울시의 대책으로 약 1만 가구가 새롭게 주거비 지원을 받을 수 잇을 것으로 추산되며,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동주민센터와 서울 시내 고시원 등을 통해 전방위 홍보도 계속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고시원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고시원 리빙라운지'도 실시할 예정이다. 시가 고시원 밀집지역 내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을 통해 빨래방, 샤워실, 운동실 등 고시원에 부족한 생활편의 및 휴식 시설을 밀집한 공유공간을 설치하는 시범 사업을 통해 고시원 거주자들이 소통하는 거점시설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2019년에만 총 72억 원을 투자해 시설이 열악한 노후 고시원 등 유휴건물을 셰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하고 1인가구에게 시세 80% 가량의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활성화에 나서며 주거 환경 개선에도 앞설 예정이다.

더불어 노후 고시원을 다중주택으로 용도 변경해 1인가구의 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서며 다중주택 건립 규모 또한 완화한다. 현행법상 주택 유형이 아닌 '공유주택'이 주택 유형에 포함되도록 다중주택 건립 규모를 완화(3개 층, 330㎡ 이하→4개 층, 660㎡ 이하)한다는 법 개정을 추진하며 주택법 개정 또한 함께 건의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