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재점화…'청와대개입' 녹취록 언론 공개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재점화…'청와대개입' 녹취록 언론 공개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2.03.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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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개입해 증거인멸 등을 시도했다는 증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2008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적으로 사찰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 등이 공개한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대화내용에 따르면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전 행정관이 지시의 윗선으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지목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음 파일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판을 한달 앞둔 2010년 8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근처에서 녹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일에 따르면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했다.

최 전 행정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진수씨가 그렇게 얘기(있는 사실대로)를 한다면 검찰도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고 여태까지 검찰수사한 거 전부 다 그냥 못 넘어갈 테고, 그렇게 되면 여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다 수사선상에 다시 오르고 재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우리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내가 볼 때는 국감에서 얘기(증언)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실장부터 위증문제로 다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도 사실은 불편하지만 그렇게 하면(청와대와 총리실의 개입여부를 밝히면) 내 선에서 끝이 안 나는게 문제"라며 "내가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 보겠다. 내가 검찰에서 벌금형 이하로 구형을 하겠다고 약속을 받아주면..."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장 전 주무관이 거절의 뜻을 나타내자 그는 "자네가 하는 방식(있는 사실대로 말하면)대로 가면 그 때 그어놨던 선들이 무너지고, 내가 보호하고자 했던 다른 사람들(청와대 사람들)이 다 죽게 생겼다"며  "그 방법보다는 일단 자네를 최소한 빼줌으로써 자네가 부담을 덜면..."이라고 했다.

또 "중요한 건 거기에(재판장에) 신문기자들과 야당에서도 와 있다. 그러면 검찰의 여태까지 수사결과가 다 뒤집어진다"며 "그러면 틀임없이 재수사가 아니라 특검이데, 그러면 이인규 국장(공직윤리지원관)이나 여태까지 진술해왔던 게 다 의심받고 뒤집어진다"고 했다.

그는 갖은 회유를 쓰며 장 전 주무관의 '희생'을 강조했다.

그는 "자네가 여태 희생한 거 누구보다 고맙게 생각하고 내가 그래서 여태까지 '장진수, 장진수'입에 침이 마르도록 다녔던 것"이라며 "내가 사표 쓸 테니까 나랑 같이 나가자. 같이 나가서 내가 법인 차려서 먹여살려줄게. 내가 장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게 있다"며 "자네는 내가 평생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먹여 살려준다. 내 옆에 있는다는 전제하에서"라고 말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취업 자리를 알선하는 대목도 나온다.

그는 "내가 (현대차 부사장과) 만나게 해주고, 나하고 얘기했던 부분 직접 확인해주면 되겠나"라며 "그건 우리가 공무원 생활 계속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아니었을 때 차선책으로라도 하나 가지고 있는 게 낫잖아"라고 했다.

또 "검찰에서 절절대면서 나에 대해 조심했던 게, 내가 죽으면(내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당장 사건이 특검에 가고 재수사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검찰도 알기 때문"이라며 "이영호 비서관한테 원망하는 마음이 좀 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여기서 저 사람을  더 죽이면 안되겠다(청와대 개입 사실 공개하는 것)는 생각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