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진주 '방화 살인범' 안인득, 왜 정신병원 입원 못 시키나...'정신건강복지법'의 한계
[뉴스줌인] 진주 '방화 살인범' 안인득, 왜 정신병원 입원 못 시키나...'정신건강복지법'의 한계
  • 이지원
  • 승인 2019.04.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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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방화 살인범 안인득의 신상이 공개됐다. (사진=뉴시스)

지난 4월 17일, 경상남도 진주에서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가좌동 주공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피의자 안인득(42세)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계단으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이 사고로 해당 아파트에 사는 5명이 사망하고, 총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과의 불화가 잦았던 피의자 안 씨는 2019년에만 7건의 경찰 출동이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시각 장애인 학생을 스토킹하거나 집 앞에 오물을 뿌리는 등 만행을 부린 것도 모자라 해당 아파트의 이웃과도 다툼이 잦았다며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안 씨의 바로 윗층에 거주하던 주민은 4차례나 경찰에 신고를 넣었으며, 옆 동에 살던 주민까지도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이들이 신고한 5건의 신고 중 4건은 서로 폭행을 하거나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건 처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공아파트의 주민들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지만 신고를 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막을 수 있었다"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편 안 씨는 지난 2010년 편집형 정신분열증인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이에 2016년 7월까지 진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그 후에는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3월에도 안 씨는 술집에서 망치를 휘두르며 술집 주인을 위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에 그의 친형은 조현병을 이유로 그를 정신건강병원 입원을 권유했지만 안 씨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안 씨의 이상행동에도 그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없었던 이유는 '정신건강복지법' 탓이다. 2019년 초 국회에 발의됐던 이 제도는 환자의 인권과 치료받을 권리를 함께 향상시키는 실효성 있는 입원제도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현재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대해서는 보호의무자와 의사가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보호 의무자는 직계가족만 해당되며, 안 씨의 친형 같은 경우에는 직계가족에 해당되지 않는다.


정신건강복지법 제 43조
정신의료기관은 정신질환자 보호의무자 2인의 요청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만 해당 정신질환자를 입원 등 시킬 수 있다.


이때의 보호의무자는 생계를 같이 하고 있는 민법상 직계 가족을 뜻한다. 물론 직계 가족의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가 따르지 않았더라도 강제적으로 입원을 시킬 수 있었지만, 안 씨의 경우에는 친형과 주소지도 같지 않을 뿐더러 생계비도 지원하고 있지 않아 강제입원을 시킬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신건강복지법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주장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전문가들은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주장하고 있다. 사법입원제도란 정신의학적 판단만으로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사법기관이 환자의 상태 및 가족의 지지환경을 고려해 입원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본래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의 인권 보장과 치료적 접근성 제고라는 상호 배제적인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호 선택적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운용의 합리적인 동력이 필수적이지만, 현행법은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만을 의존하고 있다. 

인권과 의료, 두 차원에서의 보장 요구가 절실하기 때문에 법을 개정했지만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도 무시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치료권에서 벗어난 환자들은 미디어를 통해 국민들에게 '범죄자'로 알려져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고, 정신 질환자의 사회복귀를 방해하여 치료의 최종 단계로서 사회적 기능의 회복과 직업적 재활의 구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의 심각한 치료적 접근성의 퇴보, 그리고 이로 인한 근본적인 인권보장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중증정신질환 관리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을 제도화하기 위해 사법입원제도의 도입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법입원제도가 여전히 인권 보장과 치료적 접근성 제고라는 상호 배제적 프레임에서 작동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단순히 강제입원율 하락과 재원기간 단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계속입원과 사회적 입원 등 불필요한 입원을 억제하고 실질적으로 필요한 입원만을 허용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초기 집중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도입 및 실시돼야 한다.

더불어 사법입원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절차 보조인 제도를 확고히 함으로써 ▲환자 당사자와 가족이 계속입원 결정과정에 참여 ▲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투명성·공정성을 확보 ▲병원 치료와 지역사회 연계서비스를 결합시켜 '탈원화'를 위한 지역사회 정신건강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자료=국회입법조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