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신조어'로 젊은 세대 잡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트렌드줌인] '신조어'로 젊은 세대 잡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 이지원
  • 승인 2019.06.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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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전후로 PC통신이 상용화되며 온라인 신조어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90년 전후로 PC통신이 상용화되며 새로운 문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PC통신의 등장은 온라인 상에서 취미와 관심사 등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됐으며, 이 과정 중 채팅 문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통신어체인 '온라인 신조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을 통해 각종 커뮤니티 및 온라인 채팅 사이트가 본격적으로 생겨나고, 온라인 게임이 성행하며 신조어 또한 우후죽순으로 탄생했다. 예를 들어 초기에는 "안녕하세여"처럼 종결 어미 뒤 '~요'를 '여'로 바꾸는 유행어나 '셤(시험)', '첨(처음)' 등의 축약어가 사용되며 기존 철자법을 고의로 어기는 신조어들이 생겨났으며,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에서는 급박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GG(Good Game)'이라는 다양한 형태의 준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조어는 많이 생겨난 만큼 또 많이 사라졌다. 시대적 문화와 흐름을 반영하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단어가 유행어처럼 생겨나고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단순한 언어유희와 단어의 줄임말에서 그치지 않고 '혼족(혼자 사는 집단)'처럼 특정 집단을 묶어 부르거나 해당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취업난' 등 시사적인 신조어들도 탄생하고 있다. 신조어들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일상화된 요즘, 온라인 신조어는 젊은 세대들이 소통하는 주요한 수단이자 일종의 놀이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이 현재에 비해 약했기 때문에 신조어 사용이 특정층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카카오톡 등의 비대면 의사소통 비중이 늘어나면서 ▲Z세대 ▲밀레니얼 세대 등 디지털 세대를 정의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급식을 먹는, 즉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라고 하며 붙은 명칭인 '급식체' ▲한글 자모를 비슷한 모양의 다른 음절로 바꿔 표현하는 방식인 '야민정음' 등이 유행하고 있다.

주로 문장이나 단어를 줄이는 형태인 급식체는 '오지고 지리고 렛잇고' 등 의미적으로는 관련이 없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연이어 쓴다거나 초성만 사용해 말하는 등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심지어 급식체는 '별다줄(별걸 다 줄이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만큼 하루에도 수십 개의 단어가 탄생하기 때문에 그 수를 헤아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다.

또한 야민정음이란 긴 단어를 줄여 편의성을 중요시하는 기존 신조어와 달리 뜻과 무관하게 글자 모양을 변형해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댕댕이(멍멍이)', '괄도네넴띤(팔도비빔면)' 등 글자를 회전시키거나 압축시키는 등 다양한 용법으로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급식체와 야민정음은 10대들과 특정 커뮤니티에서 시작됐지만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급식을 졸업한 30~40대 직장인들까지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의 20~40대들은 과거 PC통신, 인터넷 채팅과 게임 시절부터 신조어를 사용하는데 익숙한 세대로, 10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즐기는 유저들은 급식체와 야민정음으로 쓰인 다양한 해시태그를 이용 중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싸'와 '인싸' 등의 신조어들은 예능 프로그램과 노래 가사 등 그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용될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으며, 그 범위는 광고 등 기업의 마케팅에까지 번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통업체들은 젊은 층을 타겟으로 제품을 출시할 때 그들이 만들고 사용하는 언어를 상품 이름에 적용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히트를 친 상품도 다수 존재한다.

야민정음의 대표적인 마케팅 사례로는 팔도의 괄도네넴띤이 있다. (사진=팔도 괄도네넴띤, 쿠팡에서 캡처)

대표적인 사례는 팔도의 괄도네넴띤이다. 이 제품은 팔도가 지난 2019년 2월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기존 제품보다 5배 매운 한정판으로 출시한 제품이다. 이 괄도네넴띤은 온라인 유저들이 만든 대표적인 야민정음 중 하나로, 주로 여름에 잘 팔리는 비빔면의 비수기인 겨울과 성수기에 접어드는 4월 사이 1020 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차원에서 소비자들이 쓰는 단어를 이용해 상품화시킨 제품이다.

이 제품은 출시 보도 후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할 만큼 큰 관심을 모았으며, 출시 이후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서 구매 인증 사진과 함께 맛에 대한 후기를 올린 게시물이 쏟아지는 등 젊음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괄도네넴띤은 출시 5일 만에 1차 온라인 판매 물량 7만 5000개가 완판됐으며, 이후 한 달 만에 준비한 물량 500만 개가 완판되기도 했다.

또한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 리테일은 2017년부터 대표적인 급식체와 야민정음을 붙인 디저트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셜미디어 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쇼콜라 생크림 케익에는 'ㅇㄱㄹㅇㅂㅂㅂㄱ(이거레알반박불가)' ▲쿠키&생크림 케익은 'ㅇㅈ?ㅇㅇㅈ(인정? 어 인정)' ▲밀크카라멜 생크림 케익에는 'ㄷㅇ?ㅇㅂㄱ(동의? 어 보감)' 등 대표적인 급식체 언어를 제품명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밖에도 ▲롯데면세점 ▲위메프 ▲LG ▲삼성멤버스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신조어를 사용하며 젊은 세대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에 친숙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자)'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두 세대를 하나의 소비층으로 묶는 접근 방식이 요구되며, 이러한 상황 속 급식체와 야민정음은 양방향 소통을 시도하는 기업에 있어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일 것으로 보여진다.

젊은 세대들의 말투나 표현 방식을 해석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 수 있듯이, 해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문화를 공감하고 동행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며 이들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온라인 상에서 서로 공유하고 즐기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마케팅은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야민정음과 급식체가 디지털 세대의 창의성 있는 '언어유희'라는 평가와 함께, 무분별한 사용이 우리말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세대간의 소통단절을 초래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단어의 남용과 억지스럽게 끼워맞춘 표현은 오히려 거부감을 안기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재미와 재치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KB경영연구소의 '온라인 신조어의 발전과 기업의 마케팅 활용 사례'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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