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1인가구의 '외로움'에 귀 기울인다
부산시, 1인가구의 '외로움'에 귀 기울인다
  • 이지원
  • 승인 2019.06.2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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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증가하며 2019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BC카드 디지털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전체 가구 중 1인가구의 비중은 29.1% 수준으로, 최근의 추세로 봤을 때 2035년에는 34.4%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990년 1인가구의 비중이 9.0%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1인가구가 주된 가구형태로 자리잡으며 문제점도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다. 자유를 원해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비자발적인 1인가구들에게는 '사회적 고립'과 '빈곤' 등의 문제가 계속해서 발목을 붙잡으며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하지만, 1인가구는 다인가구보다 외로움을 더 경험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존재한다. 서울시복지재단의 2018년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실태조사 등을 살펴보면 1인가구의 외로움 평균값은 2.44점(4점 척도)으로, 전체 외로움 평균인 2.33점보다 외로움의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될 경우 술이나 담배 등의 '건강 위해 행동'이 늘어나며, 이러한 행동들은 사망률을 높이게 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부산시, 전국 최초로 외로움 치유를 목적으로 한 조례 발의

특히 부산시의 경우 1인가구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부산시의 1인가구 수는 149만 세대 중 54만 세대로, 이는 전체 가구 중 36.5%에 달하는 수준이다.

1인 가구 중 홀로 사는 노인이 27%에 달하며, 행정기구 단위로 보면 206개 읍·면·동 가운데 1인 가구 비율이 40%가 넘는 곳이 78곳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2017년 6월 이후 부산시가 집계한 부산시 내 고독사 발생 건수는 총 85건으로, 이에 따른 1인가구의 외로움과 고독사의 문제점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현대인의 외로움이 더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부산시는 외로움을 치유하기 위한 '부산시민 외로움 치유와 행복증진을 위한 조례'를 지난 2019년 5월부터 전국에서 최초로 발의하고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조례는 부산시민이 사회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이로 인해 받는 고통을 치유하고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 건전한 공동체적 삶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함을 목표로 제정됐다. 더욱 구체적으로 ▲외로움 치유와 행복 증진을 위한 부산시의 계획 수립·시행 ▲외로움 원인과 사회병리 현상 등에 관한 실태조사 ▲외로움 정도 측정을 위한 지표개발 ▲외로움 치유와 행복증진을 위한 치유센터 설치·운영 ▲외로움 치유와 행복증진위원회 설치·구성·운영 사항 등 전반적인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개인의 선택이 아닌 외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시민에게 초점을 맞춰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이 들지 않게 위로와 안정감을 주는 사업과 교육을 하자는 뜻에서 발의된 이 조례는 '외로움 치유'를 목표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 많은 자지단체에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는 시행 중이지만 외로움 치유 조례를 시행하는 곳은 부산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부산시, 고독사 예방에도 힘 쓰며 1인가구 외로움에 대응한다.

또한 부산시는 2019년 6월 21일, 올해 첫 '고독사예방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번 위원회는 지난 4월 '부산광역시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된 이후 처음 개최되는 것으로, 경찰과 건강·보건분야 전문가 등 위원을 확대 보강해 앞으로 고독사 예방을 위한 주요 정책 수립에 자문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이러한 고독사 위험가구를 조기에 발굴하고,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해답이 지역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주민복지력 향상에 있다고 보며 ▲제도적 기반 마련 ▲지역사회 보호체계 구축 ▲지역사회 관심 제고 및 인식개선 3개 분야에서 7개 세부과제를 추진해 지역사회의 동참 아래 사회적 관계망 복원을 꾀하고자 한다. 

특히 주민주도 마을계획 지원 사업을 통해 주민 스스로 지역 현안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지역주민의 복지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주민복지망까지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10개 동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관 주도에서 주민 주도로 복지력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회적 고립가구 실태조사와 전입신고 단계에서 관리체계를 강화해 고독사 위험가구를 조기에 발굴하고, 상시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더불어 취약가구가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