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결식아동 돕는 '진짜 파스타'...선행이 부른 나비효과에 '주목'
[이슈&트렌드] 결식아동 돕는 '진짜 파스타'...선행이 부른 나비효과에 '주목'
  • 이지원
  • 승인 2019.08.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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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착한 파스타 가게가 뜨고 있다.  (사진=진짜파스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캡처)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착한 파스타 가게가 뜨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런 가게들은 매출로 혼내 줘야 한다"며 농담 섞인 칭찬까지 하곤 한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이 파스타집은 세계요리대회에서 심사위원의 자리까지 맡았던 터키 출신의 셰프가 메인 셰프로 자리한 곳이다. 메인 셰프가 컨설팅한 특제 소스에 고기와 새우 등 부재료까지 아끼지 않은 푸짐한 파스타를 7000원 내외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가게가 착한 파스타 가게로 자리잡은 것은 단순히 가성비 때문만이 아니다. 

2009년부터 서울시는 18세 미만의 소년소녀가정과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지원대상 가정 아동, 부모의 실직과 질병 등으로 결식이 우려되는 아동에게 월 단위로 급식비를 지원하는 카드인 '꿈나무 카드'를 지급한 바 있다. 한창 자라날 아이들에게 급식을 지원한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지만 한 끼에 한 끼에 5000원, 하루 한도 1만 원 내에서 지정된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식사 해결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시내 꿈나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 7900여 곳 중 약 82.5%인 6619곳 정도가 편의점이나 빵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소리가 된다.

꿈나무 카드의 현실적인 문제에 오 대표는 한 가지 방안을 생각해 냈다. (사진=진짜파스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캡처)

현실적으로 5000원으로는 식사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가맹 식당도 많지 않을 뿐더러, 어린 아이들이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에 상수동의 파스타집, '진짜 파스타'의 오인태 대표는 섬세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오 대표가 고민 끝에 결정해 낸 해결책은 밥값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함께 일하던 직원 3명에게 이와 같은 취지를 설명했으며, 직원들은 흔쾌히 이 방법에 동의했다. 

이로 인해 2019년 7월 2일, 진짜파스타의 공식 트위터에는 하나의 글이 게시됐다. 꿈나무 카드를 쓰는 절차가 복잡하다며,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는 글이었다. 아이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가볍게 쓴 글 또한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렸다. "얘들아, 아저씨가 어떻게 알려야 너희들이 상처받지 않고 편하게 올 수 있을까? 생각을 해 봤는데 잘 모르겠더라, 미안하다.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 준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밥 먹자"며 몇 가지의 부탁만을 당부했다.

오 대표의 부탁은 간단했다. (사진=진짜파스타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캡처)

오 대표의 부탁은 간단했다. 가게에 들어올 때 눈치 보지 말라거나,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하라는 것이었다. 다 먹고 나갈 때는 카드만 보여 주고 미소를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SNS를 통해 선행이 알려진 후에는 네티즌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며 이 해결책을 더욱 개선시켰다. 꿈나무 카드를 제시할 시 아이들에게 'VIP 카드'를 발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선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2018년 7월에는 '대한민국 소방관을 응원합니다'라는 공지를 통해 식당을 방문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 파스타를 비롯해 사이드 메뉴, 음료수, 주류를 전액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외에도 헌혈증서 제출시 모든 종류의 파스타로 맞교환해 고객들과 직원의 헌혈증 196장을 모아 '한국 백혈병 어린이재단'에 기증한 바 있다.

또한 오 대표는 2018년 11월 25일 '2주년 기념 이벤트'로 모든 고객에게 '희움 위안부할머님 후원팔찌'를 고객들에게 선물했으며, 지난 2019년 2월에는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일 뿐만 아니라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라며 2월 14일에 식당을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미니 태극기를 증정하기도 했다.

오 대표의 선행은 전국각지에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사진=진짜파스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캡처)

오 대표의 선행은 전국각지에서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오 대표의 선한 행보를 지켜본 전국 각지의 업체들 또한 결식아동 돕기에 동참한 것이다. 카페, 음식점은 물론 당구장과 사우나, 미용실, 극장, 심지어는 점점까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나섰다.

전국 각지의 자영업자들은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일념 하에 오씨의 가게로 문의 전화를 남겼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결식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선한 영향력'이라는 이름 아래 모이게 된 것이다.

최근 오 대표의 앞으로는 멋진 선물까지 도착했다. (사진=진짜파스타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캡처)

오 대표의 따뜻한 마음씨에 최근에는 멋진 선물까지 받게 됐다. 오 대표는 진짜파스타 SNS에 "며칠 전 저녁시간 때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으신 분께서 저희 매장에 방문해 편지를 전달해 주셨다. 편지를 읽으면서 많은 위로가 됐다"며 한 장의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이 여름에, 청명한 바람 한 줄기 같은 소식을 들었다"며 "꿈나무카드를 갖고 오는 아이들에게 님이 쓴 안내문을 보았다. 가슴이 먹먹했다"는 말로 시작됐다. 이어 "제도가 미처 닿지 못하는 그늘을 밝히고, 제도가 채 갖지 못하는 온기를 불어넣는 것은 우리들 각자가 가진 반듯한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으며, "언젠가 선한 영향력의 공동체에서 진심 어린 사랑을 경험한 아이들이 자라서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님을 기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오 대표님이 뿌린 씨앗들이 또 누군가의 가슴에서 착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은 따뜻한 편지 아래에는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 김정숙이라 적혀 있었다.

이처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한 사람의 선행이 더 큰 선행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선행의 나비효과'인 것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