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탐방] 홍대에 자리잡은 '노브랜드 버거', 가성비 甲 이라고? 실제로 먹어 보니...
[혼밥탐방] 홍대에 자리잡은 '노브랜드 버거', 가성비 甲 이라고? 실제로 먹어 보니...
  • 이지원
  • 승인 2019.09.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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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푸드가 또 한 번의 버거사업에 도전했다. (사진=SSG닷컴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한복판에 노란색으로 무장한 가게가 들어섰다. 가게의 이름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노브랜드(No Brand)', 허나 뒤에는 '버거(Burger)'라는 단어까지 함께 적혀 있다.

지난 2019년 8월 19일, 신세계푸드가 오픈한 '노브랜드 버거'는 온라인상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관심을 얻었다. 하루에도 수없는 인증샷이 쏟아지는 SNS 상에서는 오픈 1주 만에 '가성비 좋은 버거'로 소문이 났다.

사실 신세계푸드의 버거사업 도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11년, 미국의 수제버거 브랜드 '자니로켓(Johnny Rocket)'을 런칭했다. 하지만 국내에 소개된 지 8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국내 직영점 22개, 가맹점 8개라는 더딘 성장을 보여줬다.

자니로켓 버거의 경우 세트로 주문 시 1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것은 물론, 비싼 프리미엄 버거를 구매할 시에는 2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등 싼 가격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을 사로잡기에는 비싼 가격임이 틀림없었다.

비싼 가격으로 인한 저조한 성과를 의식했던 탓일까? 그 후 신세계푸드는 강남구 코엑스에 가성비 위주의 또 다른 햄버거 브랜드 '버거플랜트'를 선보였다. 이들에게는 버거플랜트를 소생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었으며, 이에 평균 이상의 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으려 했다. 가성비에 집중한 것이다. 대략 4000원∼6000원 대의 저렴한 가격과 100% 호주산 청정우 패티 및 국내산 치킨 패티, 자체 개발한 프리미엄 스펀지 도우 버터 번 등의 식재료를 직화 그릴 방식으로 만들어 제공했다.

노브랜드 버거는 가성비는 물론 20% 두꺼워진 패티로 프리미엄 요소까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신세계푸드는 또 한 번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 버거플랜트를 리뉴얼해 가성비의 강점을 가져가는 동시에 20% 두꺼워진 패티 등의 프리미엄 요소, 더불어 신세계푸드의 모회사인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의 인지도까지 고스란히 버거사업으로 가져오려는 속내다.

그 결과 노브랜드 버거는 오픈 당일인 8월 19일에는 500여 명이 방문했으며, 다음 날은 1500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특히 8월 20일에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르내린 것은 물론,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등에 업은 유튜버들 또한 앞다투어 노브랜드 버거를 소개하며 자연스레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물론 이마트에서 준비한 홍보 전략이 잘 진행 중일 수도 있다.

가성비를 넘은 '갓성비' 버거, 수제버거와 비슷하다거나 꼭 한 번 먹어 봐야 한다는 평의 노브랜드 버거. 갖가지 호평으로 가득한 주인공 노브랜드 버거를 직접 방문해 봤다. 

눈에 띄는 노브랜드 버거의 외관 

홍대입구역 9번출구로 나와 도보로 5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노란색의 건물이 눈에 띈다. 커다란 '스파오' 건물 옆 노란색 간판, 누가 봐도 노브랜드 버거임을 모를 수 없을 정도로 기존 노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가득하다. 노브랜드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외벽으로 꾸며진 매장과 그 옆에 작게 나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니 노란색의 간판이 보였다.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간판 옆으로는 매장 안을 가득 메운 손님들과 줄지은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노브랜드 버거 메뉴판

2019년 8월 27일 8시 언저리, 오픈 직후의 열기가 가신 것은 물론 저녁을 챙기기에도 약간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 안은 꽉 차 있었다. 심지어 카드 주문을 위해 줄까지 선 모습이었다. 줄을 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직원이 오며 "10분 정도 대기하셔야 한다"고 친절히 양해를 구했다. 메뉴판을 필요로하는 고객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메뉴들로 꽉 차 있는 메뉴판도 몇 개 들고 있었다.

키오스크에서는 삼성페이와 쓱 페이까지 모두 가능했다.

생각보다 짧은 대기 시간이 지난 후에는 키오스크 두 대가 반기고 있었다. 카드결제는 키오스크에서 진행되며, 현장결제는 키오스크 옆 매대에서 따로 진행됐다. 각 블로거들의 후기와 비슷하게 사이드 메뉴는 대부분 품절 상태였다. 노브랜드 버거의 뜨거운 인기를 증명하는 듯했다.

키오스크로 결제 시에는 삼성페이는 물론 신세계의 간편결제 서비스 'SSG PAY(쓱 페이)' 또한 지원됐으며 포인트 할인 또한 사용할 수 있었다.

기자가 고른 것은 노브랜드 버거 중 가장 비싼 메뉴인 '미트 마니아 세트'였다. 고기 패티 두 장과 치즈 두 장, 잘 구워진 계란 프라이, 피클과 양파가 가득 올라간 햄버거와 더불어 감자튀김과 콜라까지 즐길 수 있는 미트 마니아 세트는 6900원, 기존에 즐겨 먹던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의 버거 세트가 6000원 후반~7000원 초반인 것을 감안했을 때 엄청난 가성비가 느껴지는 가격은 아니었다.

쾌적한 노브랜드 버거의 내부

계산을 마치고 난 후에야 매장의 쾌적한 자태가 눈에 들어왔다. 신설 매장 특유의 깨끗하고 널찍한 매장은 약 188㎡(57평), 좌석 수는 76석 정도이다. 혼자 온 '혼밥러'들을 위한 창가쪽의 바(Bar) 형태 좌석과 단체 손님 및 혼자 온 손님이 앉기 적합한 단체석, 4인석이 마련돼 있었다. 흰색과 노란색의 조화로 이루어진 매장은 깔끔했으며, 완성된 주문번호를 알리는 화면 또한 같은 색들로 구성돼 있어 눈에 잘 띄었다. 

운이 좋게 혼밥러들을 위한 바 형태 좌석에 앉았지만, 널찍한 매장 내에는 서서 먹는 손님까지 있을 정도로 붐볐다. 오픈형 주방에서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노브랜드의 인기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오픈 직후에는 40분 가량 기다렸다는 후기들이 많았지만 늦은 시간 탓인지 메뉴는 예상보다 빠르게 준비됐다. 굶주린 배를 안고 기다린 지 7분 정도 지났을까? 주문한 버거의 완성을 알리는 반가운 화면이 띄워졌다. 해당 번호임을 확인하고 난 후 트레이가 손에 쥐어졌다. 바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을 향한 직원들의 응대는 친절했다.

감각적인 노브랜드 버거의 포장

메뉴를 받자마자 가장 눈에 띈 것은 감각적인 포장이었다. 콜라와 햄버거, 감자튀김의 포장은 나름대로 감각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노란색 배경과 검정색의 볼드한 글씨체가 멋스럽게 느껴졌다. 그 뒤로는 굵직한 감자가 눈에 띄었다.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갯수가 적었지만, 빨대보다도 두꺼운 감자튀김에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햄버거의 포장을 벗긴 뒤 느낀 것은 '엄청난 비주얼'까지는 아니었다는 점과 '생각보다 작다'는 생각이었다. 작은 햄버거의 크기 때문이었을까, 두 장의 패티와 두 장의 치즈가 들어가는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갔음에도 버거는 생각보다 단촐해 보였다. 소스 또한 많지 않았다. 다수가 지적했던 양에 대한 불만에 대해 기자 또한 공감했다. 대략 버거킹의 '와퍼 주니어' 시리즈 정도 크기였다.

그 불만은 햄버거를 다 먹은 후까지도 이어졌다. 평소 먹는 양이 많지 않은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햄버거 하나를 금방 먹어치웠다. 재료가 가장 많이 들어가 매장 내에서 가격이 비싼 햄버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성인 남성의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양이 부족할 것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두꺼운 감자튀김은 그 부족함도 함께 채웠다. 튀김옷 속 빈 곳 없이 감자로 가득한 감자튀김은 포슬포슬했으며, 감자의 맛과 향이 그대로 느껴져 두세 개만 먹어도 금방 포만감이 들게 했다.

패티 두 장과 치즈 두 장, 계란프라이까지 알차게 들어 있었다.

노브랜드 버거, 맛은 어떨까?

노브랜드 버거의 가장 비싼 메뉴, 미트 마니아 버거를 맛 본 후기는 수제버거와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햄버거 그 사이 어디쯤이라는 것이다. 수제버거 수준으로 육즙이 흐르며 따뜻한 햄버거 패티는 아니었지만 기존 프랜차이즈 햄버거 패티보다는 촉촉하고 담백한 맛이었다.

항상 똑같은 버거만 먹어 질리던 도중, 노브랜드 버거는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겉은 약간 바삭하고 속은 노른자가 흐르는 계란 프라이는 부드러우면서도 독특한 맛을 선사했다. 할라피뇨의 향이 물씬 풍기는 피클 또한 특이했다.

다만 소스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약간은 흐를 정도로 촉촉한 햄버거를 선호하는 탓인지 소스의 향이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진 것이다. 하지만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으니, 개인차가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대체적인 맛은 평균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고기보다는 치킨 패티를 선호했던 기자에게도 아주 맛있게 느껴졌으며,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의 준프리미엄 라인 햄버거들과 견줄 수 있을 정도였다.

빨대보다 두꺼운 감자튀김은 부족했던 포만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가성비는? 그럭저럭
'그릴드 불고기' 버거는 가성비 만점

노브랜드 버거 매장에서는 ▲버거 단품 11종 ▲세트 11종 ▲사이드메뉴 6종 ▲샐러드 3종을 판매한다. 버거 단품 기준 가격은 1900원~5300원, 세트는 3900원~6900원 선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다.

가장 저렴한 '그릴드 불고기'의 경우에는 1900원,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 중 비슷한 종류의 제품과 가격은 ▲롯데리아의 데리버거(2300원)과 불고기버거(3800원) ▲맥도날드의 불고기버거(2600원) 수준이다. 이와 비교했을 때 노브랜드 버거의 가성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싼 햄버거를 선택한 기자의 가성비에 대한 생각은 "글쎄?"였다. 색다르기는 하지만 엄청나게 특별한 맛도 아니었으며, 크기 또한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묘한 실망감에 가장 저렴한 그릴드 불고기 버거를 사 든 채로 집으로 귀가했다. 주문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난 것과 더불어 가장 저렴한 메뉴이니, 맛에 대한 별다른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포장을 벗긴 그릴드 불고기 버거는 프랜차이즈 햄버거 특유의 저렴한 자태가 나지 않았다. 주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쪼그라드는 기존 햄버거와 달리 비주얼 또한 그대로였으며, 패티 또한 촉촉한 육즙을 유지하고 있는 채였다.

입에 넣어 본 그릴드 불고기 버거는 기대보다 한참 이상이었다. 달콤하고 짭잘한 소스가 가득했으며, 패티는 식었음에도 가진 육즙을 모두 뱉어냈다. 보송한 빵의 질감과 양파의 향까지 완벽했다. 1900원에 이 정도 맛을 즐길 수 있다니, 그야말로 '갓성비'의 그 자체였다. 1900원 짜리 버거 하나만 보고 재방문할 의사가 생길 정도의 맛이었다.

한편 노브랜드 버거의 모든 메뉴는 신세계푸드 메뉴개발팀에서 전문 셰프들의 손을 거쳐서 만든다고 한다.

더불어 오는 9월달에는 서울 강남구 지역에 2호점(삼성동 코엑스)과 3호점(논현동) 오픈을 앞두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