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겨울왕국2, 1000만 관객 앞두고 '스크린 독과점' 고발...엇갈리는 네티즌 반응
[이슈&트렌드] 겨울왕국2, 1000만 관객 앞두고 '스크린 독과점' 고발...엇갈리는 네티즌 반응
  • 이지원
  • 승인 2019.12.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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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10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순항하던 도중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9년 12월 1일,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국내 상영관 독점해 '독과점 금지법(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에 나선 것이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고발장을 통해 "겨울왕국2는 지난달 23일 기준 스크린 점유율 88%, 상영회수 1만 6220회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국 영화관 사상 최고 상영 횟수 기록을 넘어섰다"며 "이는 1개 사업자가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서 독과점 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해당 단체는 "프랑스는 극장에서 한 영화가 스크린 3개 이상을 잡으면 불법이고, 미국도 점유율을 30% 넘기지 않는다"며 "디즈니코리아는 스크린 독점을 시도해 단기간에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독과점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영화인들 또한 해당 사안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정지영 감독을 비롯한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반독과점영대위)'는 겨울왕국2가 개봉한 다음날인 11월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반독과점영대위는 "겨울왕국2 등 관객들의 기대가 큰 작품의 제작, 배급사와 극장은 의당 공격적 마케팅을 구사한다"며 "영화 향유권과 영화 다양성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은 지양돼야 하고,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영화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영화 시장의 건강한 기능을 위해 국회와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며,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법을 개정하고 실질적 정책을 수립 및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겨울왕국2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KOBIS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하지만 겨울왕국2의 국내 배급사는 월트디즈니픽쳐스이며, 국내 영화관들과도 수직적인 관계를 맺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디즈니사가 국내 극장들로 하여금 스크린 배정을 강제로 지시한 것이 아닌, 영화관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영관을 늘렸다면 이는 '말도 안 되는 고발'이라는 입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기 위해서는 사업자간의 '거래지위남용'이 발견돼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는 그럴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또한 공정거래법 위반의 경우는 단지 스크린을 독점한 것이 아닌, CJ ENM이 CGV에 스크린을 몰아주듯 '계열사·자사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준 경우에만 해당된다. 인기있는 영화를 많이 트는 것이 문제가 될 게 아니라, CJ ENM과 같은 기업이 만들었음에도 인기 없는 영화를 같은 계열사의 영화관이 스크린을 독점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겨울왕국2의 인기는 어떠한 상황일까.

KOBIS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직후인 11월 21일 63.0%의 상영점유율을 기록하던 겨울왕국2는 12월 2일 기준으로도 51.2%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던 영화와 비교해 봤을 때, 겨울왕국2의 스크린 수는 확실히 많다. 영화 '나를 찾아줘'의 경우 개봉 직후인 11월 27일 17.2%, 12월 2일 기준 15.7%의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더불어 '블랙머니'는 개봉 직후 11월 13일 24.4%, 12월 2일 기준 10.4%의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 중에 있다.

하지만 겨울왕국2의 경우 좌석점유율 또한 높다. 영화 나를 찾아줘가 12.7%, 블랙머니가 6.4%를 기록한 것과 달리 겨울왕국2는 65.4%를 기록했다. 스크린을 많이 차지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절반 이상 좌석을 채우며 인기를 입증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픈서베이는 국내에 거주하는 14세~5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영화 소비에 관한 트렌드를 조사했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영화 트렌드 리포트 2019'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4%는 '흥행작과 대작의 영화관 독점이 너무 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더불어 절반 이상은 영화의 다양성 역시 부족하다고 생각 중에 있었다. 소비자 역시 이러한 현상에 대해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겨울왕국2의 독과점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다른 영화에 피해를 줄 정도라면 문제가 된다며 해당 문제에 공감하는 네티즌들이 있는 반면, 국내 영화나 한국 대형 배급사 영화의 독과점 현상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던 것을 꼬집으며 '그때는 왜 모른 척했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만 해도 ▲어벤져스: 엔드게임(2760개) ▲캡틴 마블(2017개) ▲기생충(1783개) ▲극한직업(1553개) 등의 영화가 스크린 독점으로 논란을 산 바 있다. 이처럼 여러 차례 제기됐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해결될지, 더불어 공정한 영화산업을 구축하고 영화 시장의 건강한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