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인터뷰] 러쉬코리아, 미래지향적 직원복지 '한발 앞서 갈게요'
[POP인터뷰] 러쉬코리아, 미래지향적 직원복지 '한발 앞서 갈게요'
  • 오정희
  • 승인 2020.06.19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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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족과 펫팸족이 일하기 좋은 회사

비혼족 이신가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으시다고요? 그렇다면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결혼 축하금을 제공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직원에게 가족수당을 제공하는 회사가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영국 프레쉬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러쉬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친환경 재료로 만든 제품을 판매하며 인권 보호, 포장 최소화 등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유지합니다.

이 때문인지 다른 회사와 다른 독특한 사내 복지정책을 펼치고 있기도 합니다. 비혼선언 직원 결혼 축하금, 반려동물 가족수당, 할로윈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팀장들이 없는 날 진행하는 '어른이날' 보물찾기 행사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러쉬 구성원들의 복리후생과 조직문화와 관련된 부분들을 관할하는 김민선 과장님을 만나봤습니다.

2017 비혼식 (사진=러쉬코리아)
2017 비혼식 (사진=러쉬코리아)

Q. 비혼선언 직원 결혼 축하금, 반려동물 가족수당 등 1인가구 증가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직원 복지혜택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게 된 계기(배경)이 있으신가요?

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이 러쉬코리아 기업문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복지정책에 직원들의 의견이나 상황을 많이 반영하고자 노력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배경은 직원들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피드백 문화'가 자리 잡혀있습니다. 직원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죠.

예를 들면, '비혼자 복지혜택'은 복지정책을 돌아보는 자리에서 결혼과 기혼자에게 집중된 복지혜택을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와 거리가 먼 직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반영되어 2017년 6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Q. 비혼선언 직원 결혼 축하금은 어떤 방식으로 지원되는 것인가요? 축하금을 받은 남녀 비율을 비롯한 회사내외 반응이 궁금합니다.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는 결혼을 하는 직원과 동일하게 축하금 50만원을 지급합니다. 신청 방법은 다른 경조사비와 마찬가지로 '경조사비 신청서'를 통해 신청합니다. 축하금과 함께 비혼여행을 위한 10일의 유급휴가도 주어집니다.

지금까지 비혼을 선언한 직원은 총 5명이며, 모두 남성입니다. 통상적인 복지가 아니라, 직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직접적인 혜택을 주기 위해 마련한 제도라는 점에서 직원들 스스로도 의미를 이해하고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매년 5월 말 비혼선언자가 공개되면 친분이 있는 직원들이 선물이나 축의금을 전하기도 합니다.

2019 비혼식 (사진=러쉬코리아)
2019 비혼식 (사진=러쉬코리아)

Q. 회사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직원들의 비중이 높은 편인가요? 반려동물 가족수당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반려동물은 강아지와 고양이만 지원되는 것인지 다른 동물도 적용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일일이 반려동물 동거유무를 확인하지 않아 정확한 비중을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진 것처럼 회사 안에서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제가 소속된 경영지원본부는 18명 중 5명이 강아지와 토끼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반려동물 수당은 비혼자에 한해서 육아수당 대신 수와 상관없이 매월 5만원의 수당이 주어지고,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1일의 유급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5명의 비혼자 중 반려동물 수당을 받고 있는 동물은 강아지와 고양이인데, 따로 지원되는 동물을 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Q. 이 같은 기업문화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기업 내 1인가구가 많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어떠한가요? 회사에서 1인가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인지도 궁금합니다.

러쉬코리아는 평균연령 29세의 젊은 조직입니다. 매년 기혼자도 늘어나고 있고, 가정에서 독립을 하면서 1인가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사례로 혼자 살면서 과일 챙겨먹기가 어렵더라는 한 동료의 말에 가을마다 대표님이 직접 1인가구 직원들의 과일을 챙기십니다. 우리는 그 이벤트를 '보헤미안의 시크릿가든' 이라고 부릅니다. 감, 대추, 메론, 포도 등의 과일을 종류별로 담아서 메시지 카드와 함께 선물합니다. 작년에는 35명의 1인가구 직원들이 과일선물을 받았습니다.

2018년 보헤미안의 시크릿 가든 (사진=러쉬코리아)
2018년 보헤미안의 시크릿 가든 (사진=러쉬코리아)

Q. 기업문화로 인해 발생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플라스틱 사용하지 않기, 쓰레기 없는 날 만들기 등의 실천성 캠페인이 생활화 되면서, 연1회 '보헤미안 마켓'을 열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모아놓고 바자회를 합니다. 이 역시 최초 물품 기부자 및 최대 물량을 공급하는 대표님의 닉네임이 들어간 내부 이벤트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놀 때도 확실한 기업문화랍니다. 할로윈 때는 분장을 하고 사무실에서 파티를 열기도 하는데요. 분장한 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을 하기도 합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음악을 틀고 피자를 먹는 정도인데 열정들이 대단해서 대부분이 베스트 드레서에 욕심을 냅니다.

사무실 공간 활용에 대해 직원들의 의견을 구하는 글을 게시판에 붙인 적이 있습니다. 업무 중간중간 스트레칭 및 운동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청이 많아 사무실 한 켠에 셀프트레이닝 공간을 마련하여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습니다.

Q. 비혼선언 직원 결혼 축하금, 반려동물 가족수당 외에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복지혜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러쉬코리아의 조직문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구성원 개개인의 개성과 삶을 존중한다는 점입니다. 염색, 문신, 피어싱도 자유롭게 허용되며, 실제로 러쉬코리아 구성원들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핑크색, 초록색 같은 과감한 색깔로 염색을 하기도 하고, 문신, 피어싱에도 구애받지 않습니다. 당연히 복장도 자율적입니다.

또한 구성원간 수직적인 분위기보다는 좀더 친근한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이름 대신 자사의 제품명에서 따온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스스로의 취향을 담고, 사수나 동료들의 의견도 받아 가며 신중하게 정합니다. 닉네임은 사내에서 소통할 때 불림은 물론, 이메일 주소나 그룹웨어 아이디에도 사용됩니다.

직원들에게 가장 만족도 높은 제도는 바로 '러코타임'이라는 러쉬코리아만의 연근무제입니다. 주 40시간 근무를 준수하면서 근무자가 스스로 근무 시간을 결정합니다. 직무/개인별 상황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이는 조직의 자주성과 유연성을 높여 근무시간 내에 능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근무시간을 직접 선택해 효율적으로 시간 관리를 함으로써 조직과 개인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길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러쉬코리아는 다양성 존중을 기반으로 직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회사 차원에서 지원이 가능한 부분을 챙기며 상황에 따른 문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