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제재...한국 IT기업으로 불똥튈까 전전긍긍
미국의 이란제재...한국 IT기업으로 불똥튈까 전전긍긍
  • 송혜정 기자
  • 승인 2011.08.17 2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우리나라가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對)이란 관계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자업계가 우려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현실화된 위기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현지 시장 위축에 따른 사업 차질을 크게 우려하는 눈치다. 이란정부가 관세 부과 등 국내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는 설(說)도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대우일렉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엔텍합그룹이 사실상 이란계 업체인 까닭에 이란 제재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있다.

◇전자업계, 이란정부 직접 제재설(說) ‘주목’

11일 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란에 현지지사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는 현재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란에 TV, 냉장고, 에어컨 등 주요 전자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LCD TV는 이란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LG전자 역시 지난해 배우 송일국씨를 모델로 한 ‘한류 마케팅’을 펼치는 등 이란과 활발하게 교역해 왔다.

업계는 전자제품이 이란 제재용 품목에는 들어있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아직 현실화된 위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지로의 송금 문제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들은 “중동계 제3국을 경유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 유력한 만큼 내부적으로는 우려감을 가지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국내 전자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가 현실화됐을 경우다. 한 외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은 미국의 이란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무역 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이란에서의 판매 차질은 불가피하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문제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전자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판매에 차질이 생기면 다른 지역으로 물량을 몰아주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상반기 생산량을 워낙 늘린 까닭에 재고가 많이 쌓였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시장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 악재”라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이란 제재에 나서면서 생길 전반적인 현지 시장 위축 역시 우려된다. 이럴 경우 이란을 넘어 중동 전반에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우일렉 매각, 이번에도 난항 겪나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대우일렉도 이란 제재의 간접 영향권에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아랍계 전자업체 엔텍합그룹이 사실상 이란계 업체인 까닭이다. 엔텍합그룹의 본사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있지만, 오너는 이란인(人) 일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 관계자와 매각주간사 관계자는 “이란계 업체란 것이 협상에는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전자업계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 채권단과 매각주간사 양측은 지난 10일 마감을 목표로 ‘가격’ 협상에 매진했지만, 양측은 의견차가 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다음 주까지는 결론이 날 것”이라며 “협상이 결렬된다면 당연히 차순위 협상대상자인 스웨덴계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와 협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