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업계 무더기 가격 인상 왜?
가공식품업계 무더기 가격 인상 왜?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08.1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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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식품 업계의 가격 인상이 단행되고 있다. 과거 가격을 올렸다 철회하며 정부 눈치만 살피던 업체들까지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정부도 물가안정을 이유로 업체들을 옥죄던 데서 벗어나 원재료 값 인상 등에 따른 식품 업체들의 원가 보전 측면에서 적정선의 가격 인상에 대해 묵인하는 분위기다.

정부 압력도 비껴 간 식품업체들의 불가피(?)한 무더기 가격 인상 배경을 살펴봤다.

◇기상 이변…에그플레이션 우려되는 국제 곡물가

가공식품의 원료가 되는 국제 곡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에그플레이션(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동반 상승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러시아 등의 기상이변으로 촉발된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빵, 과자 등의 원료가 되는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 가격이 연말, 2분기보다 각각 27.5%, 13.9%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물성 유지와 쇠고기, 돼지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사료도 각각 10.6%, 8.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내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4000만톤의 곡물생산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맥주 가격 인상의 원인인 맥아와 보리 가격도 3년 전보다 각각 평균 20%,100% 상승한 상황이다. 캔 재료인 알루미늄 가격은 10% 이상 가격이 올랐다.

한편, 국제 생두 가격과 커피와 설탕값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2대 커피 원두 산지인 콜롬비아의 커피 생산량은 올 하반기 5년 만에 최대치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제2의 설탕 생산국인 인도의 설탕 재고량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당 가격은 국제상품시장에서 지난 7월 20일 이후 13거래일 동안 10.5%가 떨어졌다.

◇ 상가 임대료, 국내외 인건비 10% 가량 올라

커피전문점 커피음료 가격 인상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인 상가 임대료는 서울 지역의 경우 2009년 이후 매년 10%가량 오르고 있다.

상가거래 전문업체 점포라인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지역 상가점포(128㎡ 기준)의 월 평균 임대료는 2009년 309만원에서 413만원으로 3년새 34%나 올랐다.

명동 최고의 요지에 자리잡은 화장품 브랜드숍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2009년 보증금 35억원에 월 임차료 1억4500만원에 계약했으나 최근 계약을 갱신하며 보증금 50억원에 월 임차료 2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내는 물론 업체들이 생산공장을 많이 두고 있는 중국, 베트남 등의 인건비도 10% 가량 올랐다.

국내 시간당 최저임금은 4580원으로도 지난해 보다 6.0(260원)% 올랐으며 내년도 최저 임금도 올해보다 6.1% 오른 4860원으로 결정됐다.

대한무역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필리핀·베트남 등 아시아 13개국의 평균 임금 인상률도 10.6%에 달했다.

최근 1년 내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들은 현지 근로자들에게 평균 14.8%의 임금을 인상시켜 줬으며, 미얀마·방글라데시·파키스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각각 14.5%·12.3%·11.5%의 임금을 인상해 준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지난해 베이징 등 24개 성과 직할시의 최저임금을 평균 22.0%나 인상했다.

◇ 물류비·전기·도시가스·유가도 줄줄이 인상

가공식품의 원재료를 수송해 올 북미와 유럽항로의 해상운임은 물론, 국내 항공 요금도 올랐다.

한국무역협·한국화주협의회(회장 사공일)에 따르면 북미항로와 유럽항로 해상운임은 선사들의 기본운임 인상과 성수기할증료 강행으로 인해 북미 평균 20%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평균 9.9% 가량 운임을 인상했다.

가공식품을 생산, 판매하는 데 소요되는 전기료 및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됐으며 국내 유가도 또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요금은 최근 평균 4.9% 인상됐으며 도시가스 요금도 지난 6월 4.9% 인상된 데 이어 9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이 50%까지는 오를 수 있다고 경고, 산업계에 에너지 고(高)효율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우편, 철도요금, 교통료 등 지방 공공요금도 10% 이상 오를 전망이다. 노후관 교체 등 신규투자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물값(수도 요금)도 올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유가도 또다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964.99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ℓ당 1891원에서 저점을 찍은 휘발유 값은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타며 한 달 전과 비교해 약 70원이 상승했다.

국제유가도 7월 초 93달러대에서 시작한 두바이유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올라 지난 15일에는 109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