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성적표] 현대기아차 친환경 성적 F+, 토요타 꼴찌, GM C-로 선두
[친환경 성적표] 현대기아차 친환경 성적 F+, 토요타 꼴찌, GM C-로 선두
  • 이영순
  • 승인 2021.11.0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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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글로벌 10대 자동차업체 중 현대기아차 등 7개사가 기후 낙제점 받아"

오는 12일 막을 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세계 197개국 대표는 전 지구적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이산화탄소 감축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배출에 책임이 큰 자동차업계에서는 그 책임에 걸맞은 위기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글로벌 10대 자동차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친환경 평가에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7개사가 낙제점을 받았다. 현대기아차는 2030년 탈내연기관 계획이 없는 것은 물론 차량 부품 탈탄소화 노력도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가 발표한 '2021년 글로벌 10대 자동차회사 친환경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종합 평점에서 GM(C-), 폭스바겐(D), 르노(D-) 순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고, 그 다음으로 현대기아차(F+), 닛산(F+), 혼다(F+), 다임러(F-), 포드(F-), 스텔란티스(F--), 토요타(F--) 등 7개사는 낙제점인 F 이하를 받았다. 

해당 보고서에는 2020년 글로벌 판매량 기준으로 상위 10개 자동차 제조업체인 토요타, 폭스바겐,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현대기아, 혼다, 포드, 닛산, 르노, 다임러를 대상으로 한 친환경 다면 평가 결과가 담겼다. 그린피스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및 전기차 전환(종합평점 계산시 가중치 80%), 부품 공급망 탈탄소화(종합평점 계산시 20% 가중치), 자원 지속가능성(가점), 문제점(감점) 등 크게 4개 항목에서 자동차업체들의 친환경 실적과 계획을 평가했다.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항목에서는 4.81점을 얻어 제너럴 모터스(6.69), 폭스바겐(5.1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제너럴 모터스는 2020년 중국 시장에서 소형전기차 대규모 판매와 2035년 탈내연기관 선언이 점수를 높이는데 크게 작용했다. 폭스바겐은 2020년 ID3, ID4 전기차 대량 판매가 점수를 높였다.

현대기아차는 2030년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 전환 선언 등에서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공급망 탈탄소화 항목에서는 3.10점을 얻는데 그쳐 7위에 머물렀다.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 과정 및 공장 운용에 있어 탄소배출을 줄여 궁극적으로 2045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100% 전환 목표 연도가 제너럴 모터스는 2030년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2045년으로 15년이나 늦은 점 등도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TV 광고 등을 통해 현대차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대외 이미지 홍보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자동차 생산과 판매는 여전히 내연기관차(97%)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인 일본 토요타는 친환경 성적이 F--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및 전기차 판매 실적과 계획이 매우 미흡했고. 공급망 탈탄소화 수준도 평균치에 그쳤다. 미국 등에서 연비규제 강화 등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이고, 전기차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가장 소극적이어서 감점을 받기도 했다.  

세계 10대 자동차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친환경 평가에서 국제사회의 공인된 목표인 2050년 이전 탄소중립에 부합하는 탈탄소 계획을 갖춘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4%가 수송부문에서 발생하고, 이 가운데 45%가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OECD의 공식 에너지 전문 분석기관인 세계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늦어도 2035년까지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10대 자동차사들이 이보다 앞서 2030년까지 내연기관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그린피스)
(사진=그린피스)

1) 탈내연기관 실적 및 계획   

자동차 온실가스의 80%는 운행 중 발생한다. 교통부문의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조사한 10개 업체 중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2030년 탈내연기관 계획을 갖고 있는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다임러, 포드, 르노, 스텔란티스, 토요타, 닛산, 폭스바겐 7개 기업은 주요 브랜드에서 탈내연기관 시점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2) 부품 공급망 탈탄소화

자동차의 외관과 차체를 만드는 데 많이 쓰이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과정은 물론 배터리와 차량 내 플라스틱 소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차량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내연기관차 1대 기준으로 원료 채취 및 생산 과정에서 평균 9.2톤 정도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그러나 조사 대상 10곳 중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제시한 곳은 르노, GM 2곳에 그쳤다.

3) 자원 재활용 

자원 채굴 과정의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동차 부품의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폐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 등을 재활용하는 기술과 역량 확보에도 자동차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 대상 기업 중 자동차 부품의 재활용에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는 업체는 없었다.

그린피스는 2016년부터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자동차 제조사들을 상대로 내연기관차 생산중단과 친환경차 전환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가로 10m의 거대한 달팽이 풍선을 한강변에 띄워 현대자동차의 더딘 탈내연기관 계획과 수소차 비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