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Talk] 공정위, 최태원 SK 회장에 '사익편취 최초 제재' 논란..또 대기업 때리기?
[이슈 Talk] 공정위, 최태원 SK 회장에 '사익편취 최초 제재' 논란..또 대기업 때리기?
  • 정단비
  • 승인 2021.12.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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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SK㈜가 특수관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부당하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과징금은 SK㈜ 8억원, 최태원 회장 8억원으로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매겼다.

다만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판단해 검찰 고발 등 추가 제재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투자에 참여하면 이번 사례와 같이 고초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SK㈜가 실트론 주식 70.6%를 취득한 후 잔여 지분(29.4%)을 모두 사들일 수 있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상당한 이익이 예상되는 잔여 주식 취득 기회를 최 회장에게 넘겼다고 봤다. 

특히 SK㈜가 실트론 잔여 지분 인수 입찰을 포기하고 최 회장에게 기회를 넘기는 과정에서 이사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입찰을 주관한 우리은행 측과 비공개 협상을 하고 최 회장의 잔여 지분 인수계약체결 과정에서 SK㈜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점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제재는 상법상 '회사기회 유용금지' 규정이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규정을 적용한 소송이 전무한 상황에서, 사실상 최초인 셈이다.

회사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작위 의무가 있는 자가 사업기회를 포기하여 제공객체가 이를 이용토록하는 '소극적 방식의 사업기회 제공행위'도 처음으로 제재했다.

그동안도 회사의 대주주나 경영진 등 특수관계인들은 책임경영의 실현, 외부 투자유치, 우호지분 확보, 경영난 극복 등의 이유로 지분 인수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이러한 부분들이 유독 최태원 회장에게만 냉철한 잣대를 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제공=SK그룹)
SK그룹 최태원 회장

게다가 최 회장은 전례없이 지난 15일 공정위 전원회의에 직접 참석해 소명을 하기도 했다. 이날 최 회장은 "처음에 SK가 안 산다는 것을 확인하고 문제가 없는지 여부를 이사회에 물어봤다"며 "회사의 이익을 가로채거나 위법한 행위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최 회장은 실트론 지분 인수가 SK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자신이 소위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돼 오랜 시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인데 돈을 벌려고 했겠냐는 이야기다.

또 우리은행과 비공개 협상을 했다는 공정위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기도 했다.

당시 보고펀드 대주단(우리은행 등 10개 채권단)은 29.4% 지분 매각을 위해 일간지 등에 공개경쟁입찰 공고를 냈고, 최 회장은 중국 기업 등 경쟁자의 인수를 막아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그룹 반도체 전략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SK그룹 측도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SK㈜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SK실트론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 등을 했지만 결정에 반영되지 않았고, 잔여 지분 매각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SK 측은 "공정위의 오늘 보도자료 내용은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이는 공정위 전원회의의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향후 SK 측은 의결서를 받는대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할 방침으로 알려져 공정위와의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건은 2017년이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2017년 1월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지분 51%를 주당 1만8138원에, 3개월 후에 지분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취득했다.

이때 남은 지분 29.4%를 최 회장이 직접 투자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이때 산 실트론 지분이 2017년 대비 2020년 말 기준으로 약 1967억원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