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에 박근혜 주춤
'안철수 바람'에 박근혜 주춤
  • 김동성 기자
  • 승인 2011.11.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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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앞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세론은 여지 없이 깨졌다. 이제는 안 원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박 전 대표가 다시 떠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매일신문·MBN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8일과 19일 전국 1000명(만 19세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상 양자대결에서 안 원장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47.1%, 박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39.9%로 나타났다.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무려 7.2% 포인트 앞선 것이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처음 '안철수 바람'이 불었던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만 해도 많은 정치인들이 안 원장의 인기가 곧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오히려 안 원장 지지율은 탄력을 받고 있다. 이런 흐름이 내년 대선까지 계속된다면 '박근혜 대세론'은 '박근혜 필패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박 전 대표 지지자들 중에는 안 원장이 정치 불참을 선언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단 안 원장이 정치에 관심없다고 밝히면 바람이 빠지면서 그의 지지율도 대폭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21일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안 원장이 사라지면 그 동안 마음이 흔들렸던 중도·보수층이 다시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라면서 "현재 박 전 대표 말고는 뚜렸한 지지율을 갖고 있는 여권(與圈) 대선주자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안 원장이 사라지면 박 전 대표 대세론에 살이 붙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에 30년 이상 몸담은 한 인사는 "안 원장이 정치를 안 한다면서 미국 대학 연구소로 갑자기 가버린다고 해도 박 전 대표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안 원장은 정치를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지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때문에) 안 원장이 정치에 불참하겠다고 말한다고 해서 갑자기 '안철수 바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안 원장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것은 그의 도전정신과 봉사정신, 창조성, 젊음, 변화 같은 상징성 때문"이라며 "이런 것들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박 전 대표로 기운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안 원장이 정치 불참을 선언한다면 이러한 '안철수 정신'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정치집단에게 눈을 돌릴 것"이라면서 "기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보다는 아무래도 새로운 정당 쪽에 관심이 쏠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설령, '안철수 바람'이 태풍에서 열대성 저기압 수준으로 그 영향력이 축소되더라도 비는 뿌릴 게 분명하다"며 "그 비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한 기존 정치인 및 정치집단에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