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국제노선 슬롯·운수권 반납 '조건부 승인'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국제노선 슬롯·운수권 반납 '조건부 승인'
  • 정단비
  • 승인 2022.02.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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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 이행을 내세워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심사 결과 국제선의 경우 양사 중복노선 총 65개 중 미주와 유럽, 중국 등 26개 노선, 국내선은 중복노선 총 22개 중 14개 노선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22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하기로 지난 21일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건부 승인으로 기업결합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항공사의 인수·합병은 취항하는 해당 국가를 오가는 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국가들로부터도 허가를 받아야해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인 미국, EU, 일본 등 6개국 정부의 결론에 따라서도 달라질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이들 국가들은 기업결합을 신청하는 기업이 합병으로 발생하는 경쟁제한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가져오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한항공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대만, 터키,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뉴질랜드 등 8개국으로부터 결합을 승인받았거나, 심사 절차를 마무리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6개국은 아직 심사 중이다.

한편, 공정위가 두 항공사의 국제선과 국내선 일부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결합을 승인함에 따라 LCC(저비용항공사)들의 국제선 취항 본격화 등 항공업계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으로 국제선 26개 노선, 국내선 14개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의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해당 노선의 경우 향후 10년간 슬롯·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와 운임인상제한 및 좌석공급 축소 금지 등 병행조치의 조건을 달았다

대한항공은 서울~뉴욕·로스앤젤레스 등의 항공 자유화 노선에서 공항 슬롯을, 서울~런던·파리 등 항공 비(非)자유화 노선에서 슬롯과 운수권을 신규 진입 항공사에 이전해야 한다. 공정위가 시정 명령을 부과한 노선 대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알짜 노선’으로 평가받는다.

서울~런던·파리 등의 유럽 노선 등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을 독점하고 있어 LCC의 진입 자체가 원천적으로 제한됐었다.

국제 항공화물운송시장에는 다양한 경쟁사가 존재하고 슬롯 등으로 인한 시간 제약이 적은 만큼 모든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경쟁제한성이 있는 26개 국제노선 및 8개 국내노선을 대상으로 신규 항공사의 진입이나 항공사 증편 시 당사회사가 보유한 국내공항 슬롯의 반납을 의무화 했다. 슬롯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시간을 말한다.
 
당사회사가 반납해야 할 슬롯개수의 상한선은 각 노선별로 결정되는데 구체적인 산정 기준도 미리 마련했다.
 
운수권 이전 조치는 조치대상 26개 국제노선 중 운항에 운수권이 필요한 총 11개 노선에 대해 신규항공사 진입, 기존항공사 증편시 당사회사의 사용중인 운수권 반납을 의무화 했다.
 
공정위는 특히 코로나 19 등에 따라 새로운 항공사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구조적 조치 이행기까지 소비자피해 방지를 위한 행태조치 병행을 부과했다.
 
각 노선에 대한 운임인상 제한, 공급축소 금지, 좌석간격·무료수하물 등 서비스품질 유지, 항공마일리지 불리하게 변경 금지 등의 내용이다.

이번 기업결합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항공사(FSC)간 결합이자 다양한 구조적·행태적 시정조치가 부과된 최초의 항공결합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구조적 조치 이행 기간 10년 안에 경쟁 항공사의 진입이 없을 경우 독과점을 강화하거나 유지될 수도 있다며 구조적 조치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코로나 19 이후 항공수요가 발생한다면 해외 각 항공사마다 수익성 판단에 따라 새로운 노선확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때까지 항공당국, 이행감독위 등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행태적 조치의 실질적 이행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건은 현재 다수의 외국 경쟁당국(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 6개국)이 심사 중이다.
 
앞으로 동일노선에 대해 공정위의 조치와 상이한 외국당국의 조치가 있을 수 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 경쟁당국의 심사결과를 반영해 추후 전원회의를 개최해 시정조치 내용을 수정·보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