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 '골라 태우기' 적발‥목적지 표출하면 거절할 수 있잖아요?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 '골라 태우기' 적발‥목적지 표출하면 거절할 수 있잖아요?
  • 이주영
  • 승인 2022.02.2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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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밤 도심→비도심 단거리’ 호출성공률 23%로 최저, 동일조건 장거리 호출(54%)의 절반
일반택시 호출시 10대 중 4대 가맹택시 배차…주말‧단거리‧아침 배차 비율↑
전문가들 “목적지 표출로 인한 골라태우기 및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개연성 있어”

# 논현동에 사는 A씨는 야근을 할 때마다 회사가 있는 강남역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기 위해 카카오택시를 이용해오곤 있는데, 항상 배차에 어려움을 겪는다. 강남에서 밤에 집에 갈 때 택시가 잡히지 않는 경험은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회사에서 먼 거리에 사는 동료도 똑같이 카카오택시로 택시를 호출했는데 동료는 배차가 금방 되는 걸 보면서 도대체 왜 그런 건지 늘 궁금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카카오택시’ 호출이 잘 안 된다는 지적이 계속됨에 따라 서울시가 플랫폼택시의 승객 골라 태우기가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첫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2개월 동안(2021. 10.~11.) 총 841대를 호출했다. ▲장거리(10km 이상)‧단거리(3km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 시간대로 구분해 적정 표본이 확보되도록 했다.

'평일 밤 도심→비도심 단거리' 호출성공률 23%로 최저
동일조건 장거리 호출(54%)의 절반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고 있다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특히, ‘평일 밤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이 23%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엔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택시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에 장거리 승객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확인된 것으로, ‘카카오택시’가 승객 목적지를 기사에게 제공하는 것이 골라태우기와 관련이 있다고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카카오택시로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 성공된 건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81.8%)보다는 단거리(66.4%), 주말(88.1%)보다는 평일(63.3%), 아침(79.0%)‧저녁(83.2%)보다는 밤시간대(58.6%)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낮았다. 목적지별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태조사를 자문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실패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일반택시 호출시 10대 중 4대 가맹택시 배차
주말‧단거리‧아침 배차 비율↑

서울시는 이번에 최근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한 실태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약 39%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일수록 가맹택시가 배차된 비율이 높았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은 반면,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가장 높았다. 

택시업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일반호출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다만, 시는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가맹택시 비율이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전했다.

(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실태조사와 별도로 시는 택시 배차 후 승객에게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5대 중 1대(21%)는 배차 후 승객에게 도착하기까지 10분이 넘게 소요돼 배차방식 개선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서울시)
(사진=서울시)

한편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카카오모빌리티 ▲정부 등 각 주체별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우선, 시는 호출 성공률이 가장 낮아 택시잡기가 어려운 ‘평일 밤시간대’의 경우 택시 부족 요인도 있는 만큼,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부제해제, 전기택시 보급확대 등 시 차원의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카카오택시 측에는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미표기하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방안을 올해 초 요청했다. 또한,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승객이 일반호출을 했을 때 우선 일반택시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도 콜을 주는 방식을 요청했다. 장기적으로는 가맹-중개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도 요청했다.

또한, 시는 현재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해줄 것을 건의하고, 가맹‧중개 택시 사업 분리, 목적지 미표기 등 제도개선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