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줌인] ‘1년 만에 몸값 3억’..가상 인플루언서, 왜 대세가 됐나? 
[트렌드 줌인] ‘1년 만에 몸값 3억’..가상 인플루언서, 왜 대세가 됐나? 
  • 김다솜
  • 승인 2022.04.06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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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데뷔 1년여 만에 몸값이 3억으로 껑충 뛰어오른 인플루언서가 있다. 작년 7월 한 보험회사의 광고에서 처음 얼굴을 알린 그녀는 데뷔 이후 굵직한 기업들의 모델을 도맡아오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그가 진행한 협찬 및 광고는 100건 이상이며 연수익은 15억원에 달한다. 그녀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편으로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2만5000명이다. 

이 인플루언서의 이름은 오로지다. 스물 두 살에 데뷔한 그의 올해 나이는 스물 두 살이다. 무슨 말이냐고? 로지의 정체는 영원히 늙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로지 인스타그램
ⓒ로지 인스타그램

■ 그들의 정체는… 세상에 없음 

로지는 국내 콘텐츠 전문 기업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들어 낸 가상 인플루언서다. 그가 출연한 화보나 작성한 SNS 글 등을 보면 실존하는 인물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세상에 없는 디지털 인간이라는 뜻이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 있지만,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가상인플루언서의 인기가 대단하다. 

2016년 처음 등장한 미국의 가상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Lil Miquela)는 현재 활동 중인 가상 인플루언서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유튜브,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2019년에만 14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벌어들였다. 올해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3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일본의 가상 인플루언서 이마(Imma) 역시 2018년 7월 등장 이후 꾸준히 몸값을 올리고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5만6000명에 달한다. 이마는 이케아, 아디다스, 아마존, 포르쉐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과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 가상 인플루언서 인기, 왜? 

가상 인플루언서는 왜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기업의 입장에서 먼저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는 스캔들 위험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만 보더라도 잘 나가던 연예인이 하루 아침에 학폭, 음주운전 등 사생활 논란으로 하루 아침에 대중의 비난을 받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광고 모델인 연예인의 논란은 기업에게도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각종 계약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또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CG로 모든 장면을 연출할 수 있으며 컨디션의 기복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휴식기가 필요하지도 않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지나도 외모에 변화가 없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이마 인스타그램
ⓒ이마 인스타그램

그렇다면 소비자들 역시 가상 인플루언서의 등장을 환영할까? 네티즌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뉜다. 수요없는 공급이라는 비판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신선하다는 의견도 보인다. 일부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을 들며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그것이 인간과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영화 ‘캣츠’를 들 수 있다. 분장과 안무를 통해 고양이를 표현한 뮤지컬과 달리, 영화는 CG 기술로 인간도 고양이도 아닌 3의 존재를 탄생시켰다. 당시 기대작으로 꼽혔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것도 불쾌한 골짜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다만 앞으로도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블룸버그는 인간이 주도하는 글로벌 인플루언서 시장을 2020년 7조6000억원에서 2025년 13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글로벌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2조 40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