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리테일-이랜드월드, 이사회 없이 대규모 자산 거래..자금 부당 지원 '덜미'
이랜드리테일-이랜드월드, 이사회 없이 대규모 자산 거래..자금 부당 지원 '덜미'
  • 이주영
  • 승인 2022.04.1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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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이랜드」 소속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그룹 소유·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인 ㈜이랜드월드에게 변칙적인 방식으로 자금 및 인력을 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랜드리테일은 세 가지 방법으로 이랜드월드를 지원했다. ▲부동산 계약금 명목의 변칙 자금지원 ▲자산 양수도대금 지연 회수를 통한 자금지원 ▲인력 지원 등이다.

특히 이랜드월드가 2010년 이후 진행된 차입금 중심의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주요 지원행위가 이뤄진 2014~2017년에는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된 상황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2014년 6월 이랜드리테일의 최대주주 이랜드월드(당시 74.6%)는 투자자와 주주 간 약정을 체결하면서 3000억원 규모의 이랜드리테일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이후 재무부담 증가, 수익성 하락 등으로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은 하락했으며 금융사들은 차입금 조기상환을 요구했다.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12월 이랜드월드가 소유한 부동산 2곳을 총 6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을 560억원으로 설정, 6개월 후(2017년 6월) 계약을 해지해 계약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181일 동안 560억원의 자금을 무상 대여했다.

앞서 발생한 RCPS의 특수관계인 지원 제한 약정으로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과의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무(선급금) 중 약 500억원 이상을 2016년 말까지 상환해야 했다. RCPS 주주 간 약정 위반시 이랜드월드가 약 180억원의 위약금을 납부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양사는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월드 소유 부동산 2건(전라남도 무안군 소재 토지 250억원, 인천시 부평구 소재 창고 420억원)을 매입하고, 이랜드월드는 부동산매매 계약금을 선급금과 상계하는 방안을 기획·실행했다.

부동산 매매 계약은 이랜드월드를 지원할 목적으로 진행됐기에 통상 거래와 달리 특이점이 다수 발견됐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대규모 자산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의결 없이 진행됐으며, 이랜드리테일 내부적으로 부동산 활용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지 않은 등 실질적으로 자산을 취득할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계약금(560억원) 비중은 전체 계약금액의 약 84%로 높은 편이다. 토지에 매매대금을 상회하는 근저당(260억원)이 설정됐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도 없었다. 잔금지급일에는 이랜드리테일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공정위 측은 "이랜드월드는 당시 재무·신용 상황으로는 신규 차입이 사실상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560억원에 이르는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181일 동안 무상으로 차입할 수 있었다"며 "차입 기간의 이자 비용에 해당되는 13억7000만원의 경제상 이익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은 또 2014년 7월 'SPAO'브랜드를 이랜드월드에 이전했으나, 자산 양도대금 511억원을 3년 가까이 분할 상환토록 유예하면서 지연이자를 수령하지 않았으며, 2013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의 인건비를 대신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이랜드월드는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인해 외부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560억원, 자산양수도 511억 원 등 총 1천71억원 상당의 자금을 무상으로 제공받게 됐다.

이로써 이랜드월드는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경쟁상 지위가 유지·강화됐으며, 이랜드월드를 정점으로 하는 동일인의 지배력 역시 유지·강화되는 등 경제력 집중의 우려가 발생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 이랜드월드는 2010년 이후 진행된 차입금 중심의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인해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으며, 변칙 지원행위가 이뤄진 2014년~2017년에는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된 상황이었다.

특히 이랜드월드의 재무부담 증가, 수익성 하락이 계속되면서 한국신용평가는 2015년 12월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하향 평가(BBB+→BBB0)했으며, 2016년 12월 또 다시 추가 하향 평가(BBB0→BBB-)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이랜드월드 차입금의 조기상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이랜드월드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