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먹는 것도 힘들어진다? ‘밀크플레이션’ 불안 고조 
우유 먹는 것도 힘들어진다? ‘밀크플레이션’ 불안 고조 
  • 김다솜
  • 승인 2022.08.02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ewsis
ⓒnewsis

우유의 원료인 원유 가격을 둘러싼 정부와 낙농가, 유가공 업체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밀크플레이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밀크플레이션은 우유를 뜻하는 밀크(mil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우유값의 상승으로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들의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번 갈등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원유 용도별 가격차등제’로부터 시작한다. 

해당 제도는 마시는 우유는 L당 1100원, 치즈 등 유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가공유는 L당 800원 등으로 납품가격을 차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유가공업계에는 L당 2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실질적으로 L당 600원에 원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국내 원유가격이 외국에 비해 너무 높아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원유값은 2001년 L당 629원에서 2020년 1083원으로 20여년간 7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산 원유가격은 439원에서 491원으로 11.8%, 유럽산은 393원에서 470원으로 19.6% 올랐다. 

우유 소비 구조의 변화도 차등가격제 도입의 이유로 꼽혔다. 국내 우유 소비는 마시는 우유 중심에서 가공유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데 이와 관계 없이 원유 가격이 음용유 기준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 국민의 1인당 우유소비량은 2001년 31kg에서 2020년 26.3kg으로 줄어든 반면, 치즈나 버터 등 유제품 소비량은 같은 기간 63.9kg에서 83.9kg으로 증가했다. 

낙농육우협회 충북지회가 지난달 충북도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newsis
낙농육우협회 충북지회가 지난달 충북도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newsis

낙농가는 즉각 반발했다. 현재 원유 생산원가는 리터당 950원에서 1000원으로, 차등가격제 도입시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하는 구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또 최근 1년간 사료값 폭등으로 인해 정부안 수용이 어렵다는 게 낙농가 측 입장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한 농가당 평균 부채는 5억1200만원이며 지난해 폐업 농가는 전년대비 67% 증가했다. 

유가공업체도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낙농가와 정부 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무더위로 인해 원유 생산량이 줄기까지 해 제품 생산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로 인해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뿐만 아니라 빵이나 커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식음료까지 줄줄이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를 토대로 협의를 거쳐 8월 1일 생산분부터 반영되지만, 갈등 고조로 인해 아직까지도 원유 가격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최근 낙농가와의 협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히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농식품부는 최근 “낙농협회와 정부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낙농육우협회는 “정부가 새 대안을 제시해 낙농가의 입장을 설명하고 최대한 합의점을 찾으려 했는데 구체적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