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무단방치 전동 킥보드 “대수 제한 필요” 목소리 커져
거리 무단방치 전동 킥보드 “대수 제한 필요” 목소리 커져
  • 임희진
  • 승인 2022.08.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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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런던·오슬로 등 전동 킥보드 허가제 시행
견인 등 강제조치보다 주차 구역 설치가 더 효과적
자료=벡터컴
자료=벡터컴

안전사고와 거리 무단방치 등의 이유로 골칫거리로 전략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대수 제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동 킥보드의 불법 주차와 무단 방치는 우리나라만 문제만이 아니다. 차세대 모빌리티로 꼽히며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전동 킥보드 업계가 성장하면서 나 무분별하게 개체수가 증가한 것이 그 원인이다.

이에 해외에서는 이미 운영업제와 대수 제한을 통해 안정적인 산업 발전을 꾀하고 있다.

2019년 포화상태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프랑스 파리에는 약 12개의 업체가 2만5000대가 넘는 공유 킥보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도시 경관을 해치고 안전 사고도 늘자, 과도한 킥보드 난립을 비판하는 언론과 여론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당시 프랑스 법에는 시가 운영 업체나 대수를 제한할 수 있다는 권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2019년 6월 안느 이달고(Anne Hidalgo) 파리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포화상태에 대한 조치를 위해 시에서 판단하기에 적절한 수치인 1만5000대 수준으로 전동킥보드 숫자를 줄이고 운영 업체도 3곳으로 제한한다는 ‘제안 공모 사업’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11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며, 파리시의 입찰을 통해 선정된 3개의 회사가 각각 5천대씩 총 1만 5천대의 킥보드만 서비스 운영이 가능해졌다. 공모 평가 기준은 전동킥보드 하드웨어의 품질 및 신뢰성부터 운영 회사의 균형 잡힌 지리적 배치 및 신속한 유지보수 그리고 수명이 다한 킥보드 유닛에 대한 재활용 방식 등 친환경적인 측면까지 다양했다.

제안 공모 방식과 함께 시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특정 구역에 주차하지 않으면 반납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서비스 운영 회사로부터 실시간 운영 데이터를 공유 받는 등 보다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한 표준을 만들어갔다. 이를 통해 파리는 훨씬 안정적이고 정돈된 공유 전동킥보드 산업 관리가 가능 해졌다. 

2021년 6월 기준 노르웨이 오슬로는 총 3만 대 이상 공유 전동킥보드가 운영되던 유럽 최대 공유 전동킥보드 도시 중 한 곳이었다. 운영 대수가 많은 만큼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져갔다. 2021년 7월 오슬로대학병원(OUS)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856건의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사고가 많아지자 오슬로 내부에서도 안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오슬로는 노르웨이 법에 따라서 도시가 자체적으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나 대수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제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르웨이 정부는 도시가 특화된 규제/관리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오슬로 시의회는 도시 내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 수에 상한선을 두는 일명 ‘허가제 체계(Permit system)’ 도입을 올 7월 발표했다. 

오슬로는 올해 9월까지 총 8천대 수준으로 공유 전동킥보드 숫자를 줄일 예정이다. 운영사는 시에 사업 허가 요청서를 전달해야하며 시는 각 회사별로 운영 대수와 운영 지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규정이 적용된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과천시가 과천시 내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 3곳에 ‘전동킥보드 수량 조절 요청 및 민원처리 계획 제출’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었다. 해당 공문에는 최근 과천시에서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킥보드 수량으로 인해 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배치돼 있는 킥보드 수량을 줄여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시나 지자체에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 수나 대수를 제한할 수 있다는 권한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는 킥보드 경인 조치를 통해 업체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질서 잡기에 나섰지만, 이렇다할 효과를 얻지 못했을 뿐더러 이에 앞서 시행된 헬멧 착용 의무화, 운전면허 필수 보유 등의 각종 규제로 인해 업계의 성장과 수익성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난 3월 즉시견인 유예를 발표하며 즉시견인 정책이 성과가 있었다며, 즉시견인 정책이 시행된 지난해 7월 15~21일, 초기 시행 6개 자치구인 도봉구, 동작구, 마포구, 성동구, 송파구, 영등포구의 주간 신고 건수는 1242건이었으나 올해 2월 17~23일 동일지역의 신고 건수는 579건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여름철에 전동킥보드 이용이 몰리는 특성과 일부 업계는 동절기 운행을 중단하는 등 전체 운영 전동킥보드 수가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즉시견인 제도 때문에 견인 대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업체 허가제와 대수제한 외에도 전동 킥보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견인조치와 같은 강제성보다 주차 구역 설치 및 확대 등의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도로 유휴 공간을 이용해 지난 2018년부터 전동킥보드의 간이 주차구역을 운영 중이다. 2020년 코넬대 연구에 따르면 전용 전동킥보드 주차 구역을 만듦으로써 전동킥보드의 2%만이 부적절하게 주차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도시의 자동차 불법 주차율인 24.7%보다 훨씬 적은 결과다. 이 또한 주차 구역 설치의 중요성을 나타낸다.

일본의 경우 차도, 자전거도로 등 주정차가 불법인 지역에 주차된 자동차, 자전거, 이륜차, 전동킥보드에 대해서는 모두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전동킥보드 업체 스윙이 일본에 진출한 후 단 한차례도 불법 주차 구역에 반납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동 킥보드 운영 업체가 개인 및 회사와 계약해 주차 공간을 마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