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등 국내 5개 기업 기후위기 대응 노력 ‘최하위’ 평가
삼성·LG전자 등 국내 5개 기업 기후위기 대응 노력 ‘최하위’ 평가
  • 오정희
  • 승인 2022.10.3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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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전자제품 브랜드, 공급업체에 온실가스 배출량 떠넘겨
그린피스,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 보고서 공개
전자제품 브랜드사의 자사 및 공급망 탈탄소화 노력 평가(자료=그린피스)
전자제품 브랜드사의 자사 및 공급망 탈탄소화 노력 평가(자료=그린피스)

그린피스가 전 세계 주요 전자제품 브랜드와 동아시아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 이들 기업이 주요 공급업체에 온실가스 배출을 떠넘겨 ‘외주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조사 기업에 포함된 삼성전자, LG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국내 5개 기업은 모두 최하위권(D+, D, F)에 머물러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는 미국 기후 환경단체 스탠드어스와 공동으로 전 세계 전자제품 브랜드와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한 ‘온실가스 배출의 외주화’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는 브랜드사 10곳과 이들에게 납품하는 동아시아 소재 반도체·디스플레이·최종조립 부문 주요 공급업체 14곳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및 조달 방법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 등의 세부 항목을 토대로 평가가 진행됐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전자제품 브랜드의 탈탄소화 노력과 진전에 있어 자사 운영과 공급망 관리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자사 운영 기준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달성했지만,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주요 제조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쳤다. 또 공급망까지 포함해 배출량 감축 목표를 밝힌 6개 기업(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HP, 소니) 가운데 실질적으로 공급업체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한 곳은 애플과 구글 단 두 곳밖에 없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급망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조차 부족해 가장 낮은 점수인 ‘F’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LG 전자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20% 이하로 매우 낮은데다, 그조차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조달 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 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설치·재생에너지 지분 투자· PPA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됐다.

캐트린 우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ICT 캠페인 리더는 “ICT 산업 제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평균 77%가 공급망에서 발생한다. 공급망에 적용되는 재생에너지 요건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으면 온실가스 감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브랜드사는 말로만 공급망 탈탄소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검증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명확한 공급망 탈탄소 목표가 없다는 것은 글로벌 ICT 산업 수준에 걸맞지 않다. 두 기업은 2030년까지 공급망을 포함한 100%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급업체 가운데 국내 공급업체 4곳 역시 기후위기 대응 평가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D+와 D를 기록했다. 두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5%와 11%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업체 중 가장 낮은 점수(D)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RE100에 가입했지만,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4.1%에 그쳤다. 2019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은 11.7%나 증가했다. 

국내 공급업체들 역시 국내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에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녹색프리미엄과 해외언번들 REC 3에 의존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공급업체들은 자사의 공급망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린피스가 ICT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대응 성과를 분석한 주요 이유는 해당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당 부문의 전력 소비도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전 세계 기술 산업 분야 전력 소비량은 2020년에 비해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대부분이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만큼, 기술 산업의 발전은 지속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양연호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ICT 기업은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지구 온난화의 주요 책임자로서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신규로 늘리지 못하는 추가성 낮은 조달 제도에 의존하여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수치만 채우는 것은, 그린워싱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력 다소비 기업은 정부 탓만 하기보다는 해외 기업처럼 직접 나서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고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