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놓은 커피 찾으러 왔어요’..이 카페의 정체는? 
‘맡겨놓은 커피 찾으러 왔어요’..이 카페의 정체는? 
  • 김다솜
  • 승인 2022.11.04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이사이
ⓒ사이사이

강원도 춘천시에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들이 있다. 춘천 지역 6개 기관이 합심해 운영하는 일명 ‘맡겨놓은 카페’들이다. 청소년들이 마신 음료 값은 카페의 몫이 아니다. 물론 춘천시의 몫도 아니다. 그렇다면 누가 음료 값을 지불하고 있는 걸까? 

춘천시는 지난 7월부터 맡겨놓은 카페 사업을 시작했다. 지역 카페를 매개로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 안부 등을 청소년에게 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4세 이상 19세 이하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맡겨놓은 카페에 방문해 적립된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맡겨놓은 카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운영된다. 지역 내 카페가 이 프로젝트에 동참하면 시민들이 청소년을 위해 음료를 적립(기부)하는 식이다. 청소년은 각 카페별로 공지된 이용 가능 날짜에 해당 카페를 찾아가면 무료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시 예산은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초 시는 해당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카페 수를 20개소 이상, 최대 30개소를 목표로 했다. 현재 26곳의 카페가 맡겨놓은 카페로 참여하고 있다. 10월까지는 28개 카페가 참여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인해 이달부터 카페 2곳이 운영을 중단했다. 

어른들이 미리 맡겨둔 음료는 누적 1500잔에 달하며, 청소년들이 지금까지 무료로 마신 음료는 약 950잔이다. 대대적인 홍보가 없었음에도 기대 이상으로 많은 참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이탈리아의 나눔 운동인 ‘카페 소스페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소스페소는 ‘미정’, ‘미루다’ 등을 뜻하는 이탈리어로 노숙자 등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커피 한잔 값을 더 계산하는 움직임을 가리킨다. 카페 소스페소 형태에 청소년을 더해 맡겨놓은 카페가 탄생한 것이다. 

이를 처음으로 제안한 것은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의 윤요왕 센터장이다. 이후 문화재단과 사회혁신센터, 협동조합지원센터,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먹거리통합지원센터 등 5개 기관이 특별전담조직 ‘사이사이’를 만들어 사업을 운영 중이다. 

맡겨놓은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청소년들에게 카페라는 공간을 내어주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실제 이 프로젝트에 동참한 카페는 모두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개인 카페다. 

어른과 청소년 사이의 유대감이 생기는 효과도 있다. 어른들은 카페 음료를 한 잔 사는 것으로 청소년에게 보다 편하게 다가서고, 청소년은 이름 모를 어른들의 호의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동참한 카페마다 시민 기부자와 청소년 이용자들이 직접 손글씨로 남긴 이야기들이 남겨져 있다. 어른들의 메시지는 응원으로, 아이들의 메시지는 감사로 가득 차 있다. 한 청소년은 ‘힘내라는 말이 정말 듣고 싶은 수험생인데 정말 감사해요. 저도 꼭 돈 많이 벌어 기부하는 사람이 될게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