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됐는데 퇴직 오히려 4년 더 앞당겨졌다 
정년 연장됐는데 퇴직 오히려 4년 더 앞당겨졌다 
  • 김다솜
  • 승인 2023.02.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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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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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계속 고용’ 제도를 추진 중인 가운데 ‘60세 정년제’ 도입 이후 근로자가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오히려 앞당겨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계속 고용 제도가 도입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간한 ‘정년제도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근로자들은 15년 5개월 일하고 49.3세에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여년 전인 2012년 당시 19년7개월 일하고 53세에 퇴직한 것보다 짧아진 것이다. 

지난 2016년 60세 정년제가 도입됐지만 제도 도입 이후 퇴직 시기는 더 앞당겨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은퇴 연령은 한국보다 7.8세 낮은 64.5세였다. 게다가 퇴직자 10명 중 4명가량은 비자발적 이유로 실업했다. 

노동시장에서 실제 은퇴하는 연령은 지난해 기준 72.3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20년 넘게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전전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60세 정년 연장이 고령자의 고용을 증가시킨 효과가 있긴 했지만, 조기퇴직 등 고용조정을 실시한 기업도 있어 고용개선 효과가 일부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60세 정년제가 노동시장 전반에 미친 효과는 한정적이라고 봤다. 

60세 정년제가 완전하게 정착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행 고령자고용법을 보면 정년제가 있는 직장은 반드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직장까지 60세 정년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93.8%가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300인 미만 기업 79%는 정년제를 아예 도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60세 정년제의 혜택은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 부문 근로자들에게만 주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 격차가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고서는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를 맞이한 일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60세 정년제와 65세 계속 고용제를 도입했으며,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99% 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60세 정년을 넘어 계속 일하길 희망하는 경우 거의 전원을 재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제도가 안착한 것은 충분한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일본은 20~30년에 걸친 논의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정년 이후 계속 고용되는 근로자 임금이 기존대비 75% 아래로 내려가면 부족한 만큼을 보전해주는 지원책도 함께 시행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입법 3년 후부터 빠르게 실시했으나 노사에게 유인책은 약하다는 평이다. 중소·중견기업에만 고용을 촉진하는 지원금 제도가 있으나 그 액수가 낮고, 다른 중소기업 지원금과 중복돼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회 차원 정년제도 영향 분석 및 평가를 토대로 노사 간 이견 조정 토대를 마련하고 장기적 정년정책 노사정 거버넌스 구성과 국회 심사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