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가시던 날…그리고 1년
아버지, 가시던 날…그리고 1년
  • 신원재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5.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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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한 기억들

아버지, 가시던 날…그리고 1년

 

흰 눈이 오고 바람이 조용하던 아침
시간에 지쳐… 지쳐…

녹아 내린 새벽이 버겁다.

추억을 멈추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당신의 정신이 맑아… 어지럽다.

오기도 힘든 길
가기도 힘들어, 힘들어
고개를 넘어가는 이 길이…

눈이라도 와 주면 좋으련만
포근한 길이 되면 좋으련만

아부지, 이제 진짜 가셨다. 
힘든 마무리를 끝낸 편안한 얼굴

4월에 내린
흰 눈을 밟으시면서…
결국 소나무와 함께 숲으로 가셨다.

아버지 가신지 1년…

기억 할 수 없는 미소만 주변을 맴돈다.
지난해, 눈발이 날리던, 소나무도 떨던 그 날

올해 다시 아버지를 뵙고 돌아서야 했던
하늘로 오르는 나무둥치에는

그렇게, 그렇게 겨울은 쉽게 가지 않았다.

그 닳지도 않는 그리움에
당신 아들이 원하는 만큼 아버지가 보고 싶다.


詩를 읽으며…

지난 4월 1일은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거짓말 같던 ‘만우절’이었다. 3일장을 끝내고 발인에 맞춰 함박눈이 내렸다. 수목장 장지는 산 속이라 그런지 온통 눈밭이 돼 있었다.

그리고 1년. 올해는 꽃샘추위를 이기지도 못하는 봄비가 동행을 했다. 절에 다니시는 어머니가 삼짇날 전에 가서 인사 드리자 하니 길을 나섰고, 그 길에 형제가 모였다.

스마트폰 켜고, 영정 사진을 대신하니 아버지가 계신다. 좀더 건강하실 때 찍어뒀으면 하는 생각이 들자, 이미 늦어버린 시간이 야속할 뿐…

황해도 출신(황해도 옹진군 교정면 판정리 300번지 ? 이 주소는 내가 글을 떼기시작하면서 부터 줄곧 듣는 바람에 외우게 됐다)이시라 자식들에게 왠지 무뚝뚝하셨지만 내가 눈을 크게 다쳤을 때 온 동네를 다니시며 걱정하고 자신을 책망하셨던 분이셨다.

평생 고향만 생각하시다, 고향 친구분들과 백령도에 놀러 갔다 오신 게 가장 멀리 가신 나들이 걸음이었다. 고향집 주변과 마당 풍경까지 그려주시며 설명하셨던 그 곳은 지금은 가 보셨을까?

그리운 추억에 내 마음만 분주하지만, 금방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윗동네, 아랫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