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원재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5.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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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한 기억들

 

담쟁이는
소리 없이 담을 넘는다

깊은 담일수록
잔잔하게 박힌 담쟁이 뿌리 끝이
모질게 부여잡고 있다

그 힘으로, 그 숨소리로……

넘어가든지,
부딪치든지,
돌아가든지 해서라도 가야 할 길.

내가 그 앞에 서면
나오는 한 숨, 두 숨……

여태 그래왔듯이 넘어가야 하는 길

소리 없이 담을 넘는
담쟁이가 되려 품어 안은
머리와 가슴에 새겨진 멍을 기억하면서……


詩를 읽으며…

무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이다. 게다가 일교차가 심해 건강이 염려 된다. 고3인 아들녀석이 부득이하게 비를 맞으면서 자전거를 한 번 타더니 탈이 났다.

아비 생각이 다는 아니겠지만 비 한번 적셨다고 감기 몸살이라니……. 예전에는 그 나이에돌도 씹어먹었다는 어른들의 말을 인용해 보면 요즘 아이들이 많이 약해진 걸까?

아니면 밖으로 나가 뛰어놀던 우리네 시절보다 안에서 게임하고, 학원 가고 하는 일상 때문에 약해졌을 수도 있다.

잔디, 질경이 만큼 강인한 생명이라고 알려진 담쟁이는 도종환의 시처럼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나아간다.

이 사회의 갑이니 을이니 하는 '담'도 없어져야하겠지만 올해도 모든 사람들이 무탈하게 여름 잘 넘기고, 벽에 그려지듯이 ‘마지막 잎새’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