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계열사 '中企 기술 빼앗기' 횡포에 도덕성 치명타?
신동빈, 계열사 '中企 기술 빼앗기' 횡포에 도덕성 치명타?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6.1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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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이 빼돌린 ATM 납품업체 소스코드…법원 乙 손들어

법원이 갑(甲)인 대기업 상대로 '중소기업 핵심기술 가로채기 관행'에 제소한 을(乙)의 손을 들어, 갑의 횡포에 급제동을 걸면서 롯데그룹의 도덕성에도 적잖은 타격이 가해질 전망이다.

앞서 문제의 발단 초기에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 취임 후 경영혁신을 가하고 있는 롯데그룹이 매출이 3백억 원도 안 되는 작은 계열사 하나로 자칫 그룹 이미지에 먹칠을 할지 걱정"이라고 말한 게 현실이 됐다. 

13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부장판사 장재윤)는 중소기업 네오아이씨피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대표 김선국)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2008년 12월 네오아이씨피는 롯데백화점, 편의점 등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1500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ATM기기 납품 후 이를 설치해 관리하는 회사인 롯데피에스넷은 "유지보수에 필요한 프로그램 소스도 롯데피에스넷의 소유"라며 네오아이씨피에 소스코드 공개를 요구했다.

▲ 편의점, 거리 등에 설치돼 있는 롯데 피에스넷의 ATM 기기 ⓒ데일리팝
롯데피에스넷은 네오아이씨에게 ATM기기의 유지보수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한 횡포였다.

네오아이씨피가 부당하다며 요구를 거절하자 롯데피에스넷은 직원을 시켜 네오아이씨피 직원의 노트북에서 해당 소스코드를 빼돌렸다.

게다가 롯데피에스넷의 해당 소스코드를 이용해 외형과 이름만 바꾼 프로그램을 만들어 버젓이 영업하는 횡포까지 이어졌다.

또한 롯데피에스넷은 '프로그램 소스 공개'를 조건으로 내건 새로운 입찰공고로 네오아이씨피를 탈락시키기까지 하며 갑으로서의 그 끝을 보였다.

결국 네오아이씨피는 2012년 말 롯데피에스넷을 상대로 "롯데피에스넷은 소스코드와 이를 이용한 ATM기기의 사용, 복제, 배포 등을 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내는 것은 동반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며 "중소기업을 상대로 첩보 활동을 강화해 유사사례를 찾아 엄중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피에스넷은 일부 언론의 확인 결과 "2008년도 공동개발제작서 작성 당시, 개발비를 지급하는 대신 소유를 자사가 한다는 계약조항이 있었다"며 "이 외의 것은 수사 중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롯데피에스넷 측은 당시 기술탈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네오아이씨피가 유출된 것이라 주장하는 기술은 롯데피에스넷이 개발비를 지원하고 위탁개발한 것으로, 기술에 대한 이관 요청과 이관 약속이 모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 공분을 산 바 있다.

지난 7일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로는 롯데피에스넷이 소스코드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네오아이씨피의 주장은 롯데피에스넷의 부정한 소스코드 취득이 없었던 상태로 되돌려달라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 분쟁 때문에 네오아이씨피에 급격한 매출 감소가 발생한 점 등도 감안해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하반기 롯데피에스넷 대표이사 등 3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하고 롯데피에스넷 본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