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청년 자살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이런 가운데 성별에 따라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요인이 서로 다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청년 자살예방 정책 역시 세분화 및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같지만 다른 그들, 청년: 성별 자살생각과 자살시도 영향요인의 탐색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자살사망률은 2011년을 기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20~35세의 자살률은 2017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전년도 대비 전체 자살률은 줄었지만, 20대의 자살률은 크게 증가했고 2021년 20~30대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5.4명에 이른다. 자살은 20~30대 사망원인 1위이며, 30대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7.3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만 20~39세 청년 1012명을 대상으로 자살생각 및 자살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연구대상자의 42.1%는 자살생각이 있었으며, 5.6%는 자살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교육 수준과 주관적 건강상태, 수면의 질, 좌절된 대인관계 욕구, 가족건강성 등이었다. 특히 좌절된 대인관계 욕구는 자살생각에 유의미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타인에게 짐이 되는 느낌이 증가할수록 자살생각 가능성은 1.05배 증가했으며, 좌절된 소속감이 증가할수록 자살생각 위험은 1.07배 높아졌다.
보고서는 “청년 남성도 노인과 마찬가지로 자살예방을 위해 대인관계와 같은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며 “현재 독거노인을 자살 고위험군으로 보고 정책 지원을 하듯 1인가구와 같은 사회적 관계와 관련된 인구집단으로 청년 정책 대상자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우울감이었다. 우울감이 늘어날수록 자살생각 위험은 1.11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남성은 소득 수준, 우울감, 가족건강성 등이었고 여성은 실직 경험, 주관적 경제 상태, 우울감, 사회 신뢰도 등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의 경우 실직 경험이 있을 때 자살시도 위험이 5.49배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기존 사회보장 정책이 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마련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여성들은 이같은 보호정책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고 더 취약성을 가질 수 있다”며 “실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살예방 정책은 아직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실직자가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고용센터를 2회 이상 방문해야 하는데 보고서는 고용센터 방문시 자살생각 및 우울과 관련한 정신건강 스크리닝 검사를 필수로 하는 등의 지침을 마련해 국가 시스템 안에 들어온 대상자들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기존 정책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가상화폐 및 부동산 폭등 등의 사회적 현상이 발생했고, 벼락거지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상대적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이같은 상대적 박탈감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코로나19 상황과 만나 청년 자살생각률 증가를 가속화 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높은 자살생각률은 청년들을 위한 촘촘한 정신보건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더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 전에 청년이 소외돼 있던 기존 자살예방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