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과거’ 발목으로 ´ 우리은행 인수´ 실패하나?
교보생명, ‘과거’ 발목으로 ´ 우리은행 인수´ 실패하나?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7.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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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년 간 착실히 내실을 다져온 교보생명이 민영화에 나선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과거 선대인인 故 신용호 전 회장이 회사 설립을 위해 남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해묵은 의혹이 발목을 잡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본격화되면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현재 KB금융지주와 교보생명 등 2곳이었다.

18일 일부 보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막강한 자본력과 덩치로 인수 후보 1순위였지만 우리은행 인수에 따른 불가피한 구조조정과 노조반발 등을 의식해 임영록 회장은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교보생명은 자금동원력이 낮지만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우리금융의 주요 계열사를 분리한 우리은행을 30%대 지분만 인수할 경우 자금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험을 모태로 한 종합금융 그룹의 탄생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목표하고 있는 우리은행만을 인수하면서 보험을 모태로 한 종합금융 그룹의 탄생이 가능할 수 있다하더라도 과거의 '부도덕한 발목'이 문턱을 낮춰야 할 은행으로서는 치명적인 '도덕적 흠집'이 될 수 있다.

▲ 우리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는 교보생명이 과거 '부도덕한 경력'이 문턱을 낮춰야 할 시중은행으로서 치명적인 '도덕적 흠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인수 실패가 예고되고 있다. ⓒ데일리팝
50여년 전 토지사기극으로 교보생명을 세운 기반 마련

故 신용호 전 회장의 이른바 '토지사기극'은 교보생명 측의 그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지난 1981년 5월 28일 출석한 국보위 진술조서에서 그대로 드러나면서 기업과 오너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957년경 故 신 전 회장은 토지사기 전과 전력이 있던 김춘복 씨와 전직 법원 직원 구본상 씨와 결탁해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행위로 서울시 동작구 일대 35,820평의 토지를 서류 위ㆍ변조해 취득했다.

이 토지가 지금의 국립묘지 터로 수용될 처지에 놓이자 정부는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일대 107,000여 평을 맞바꿔 주고, 이후 삼청터널이 개통되면서 가격이 급상승한 이 토지를 분할 매각한 신 전 회장은 교보생명의 설립자금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신 전 회장은 공모자 김 씨와 구 씨에게 약속한 분배금을 지급하지 않자 두 사람은 신 전회장을 고소 고발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고, 동작구 일대 토지의 원 소유자인 김영구 씨가 이를 근거로 지난 1967년 다시 소송에 나선다.

일이 이에 이르자 신 전 회장은 당시 3공화국 정권의 실세였던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지분 35%를 넘기면서까지 이 사건을 왜곡시켜 대법원은 신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교보생명의 35% 지분은 이 전 중정부장에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손에 건네졌고, 대우그룹의 붕괴로 김 회장의 교보지분이 다시 자산관리공사 수중으로 넘어가게 됐다.

자산관리공사는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교보생명의 35% 지분 매각했고,  이에 대해 소송 당시 교보생명 측은 지분 35% 행방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재판기록에 따르면 교보생명 법무팀의 2003년 관련 공문과 2004년 김모 상무가 사건 관련자 곽모 씨에게 이 같은 위ㆍ편취사실을 말살하려고 4,000만 원을 주겠다고 획책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게다가 신 전 회장은 지난 1981년 5월 국보위에 출석해 진술한 조서에서 "전재산을 대통령 각하(당시 전두환)께 기증하고 속죄하여야겠다는 심정뿐"이라고 조서에서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교보생명 측은 "이미 3심 재판을 통해 해결된 사안으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신용호 전 회장의 국보위 진술조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문서"라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민원 관계를 정리하다 6개월 간 이 사건을 추적한 한 정당의 관계자는 "부정한 권력과 결탁한 기업의 부정한 재산 축적은 정관계 로비를 통해 사건이 무마됐지만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사회정의 차원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같은 과거 사실 확인 요청에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돌아가신 분에 대한 명예 실추"라고 일축했다.

한편, 교보생명의 이 같은 과거 실수는 우리은행을 인수하면서, 새로 간판을 바꿔 달거나 별관을 신축하는 음식점 주인의 흠집이 그 가게의 음식 맛을 떨어뜨리는 격이 될 수 있다.

이에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신 전 회장의 아들인 신창재 현 회장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1996년부터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의 호기이자 고비라는 일각의 지적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