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 인터뷰]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이보현 작가가 나누는 유쾌한 경험
[N잡 인터뷰]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이보현 작가가 나누는 유쾌한 경험
  • 정단비
  • 승인 2023.07.07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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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일기를 쓰고, 편지와 가계부 등 무엇이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이보현 작가에 대한 설명이다.

앞서 '안 부르고 혼자 고침', '귀촌하는 법' 등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해오던 이보현 작가가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라는 신간을 선보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열심히 준비해 갔는데 부동산에선 얼어버렸던 경험, 체크리스트를 한가득 가져 가고도 항상 뒤늦게 후회했던 일 등 직접 집을 구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하나쯤은 있었을 것이다.

이 작가는 ‘집을 살 주제’가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자가를 ‘감히 꿈도 꾸지 못한’ 사람이 어쩌면 해볼 만한 일일지도 몰라 하고 용기를 내게 해주는 유쾌한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고 한다.

이 작가는 "세입자로 살고 있다면 계약 기간, 집의 자잘한 고장, 집주인과의 소통 등으로 자신도 모르게 신경을 곤두세웠을 거예요. 편안하고 느긋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 천장 등을 원하는 스타일로 마음대로 교체하겠다고 쉽게 먹는 마음 등 집에 관한 한 거슬릴 것이 없어요"라며 내 집 마련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느낀 바를 전했다.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Q.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를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2022년에 대전으로 이사를 결심하고 실행하기까지 두려움과 걱정이 컸는데요. 쓰는 사람이다 보니 결심하고 다짐하는 마음을 써야 정리가 되더라고요.

실제로 집을 알아보고 결정하고 이삿짐 견적을 내는 등 겁나고 어려운 일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생각하니 일기보다 더 강력한 쓰기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구독자를 모집해서 이사이야기를 뉴스레터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선언하고 약속하면 저는 그걸 꼭 지키는 편이거든요. 자신과의 약속이 더 단단해진다고나 할까요. 다정한 친구들의 응원도 받을 수 있고요. 그렇게 쌓인 원고를 다시 손봐서 2023년에 출간하게 됐습니다.


Q. 내 집 마련에 관련한 책이 많은데, 이 책만의 차별점이 있을까요? ‘이 부분만은 꼭 봐야한다’고 추천해주실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시트콤이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제가 하는 고민과 실행을 주욱 따라가며 읽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부동산 관련 책인가 하고 집어 들었다가 투자 정보나 부동산 시장에 관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실시간으로 함께 집을 사는 과정을 대리 체험하게 되었다고요.

물론 초보자를 위한 부동산 용어나 개념, 체크리스트 등 실용적인 정보가 가득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부동산에 대해 이해하는 장점을 가졌다고나 할까요. 호호호.
 

Q. 작가 소개에 저소비 생활자라는 설명이 인상 깊습니다. 부동산 가격 거품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진짜 저소비, 절약으로 집을 살 수 있을까요?

어디에, 어떤 집을 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서울 경기 지역과 지방 중소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서울을 떠나 인구 10만이 되지 않는 농촌 지역에서 8년여를 살았던 저의 경험과 생활 반경 안에서는 임금 노동과 집필 노동, 절약과 저소비로 충분히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경험과 생활 방식이 모두에게 적합하진 않겠죠. 저 역시 도시의 지나치게 빠른 속도와 소비 지향적인 분위기에 지쳐 귀촌했음에도 그 반대편의 시골에서 또 갑갑함을 느꼈으니까요.

저는 절약하면 집을 살 수 있다,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주어진 상황과 가고 싶은 방향을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보자, ‘원래 그런 거야’라거나 ‘남들이 하니까’ 라던가 ‘내가 무슨…’ 하면서 대충 건너뛰었던 질문들에 진지한 답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제가 어떻게 자문자답하면서 좌충우돌 나아갔는지 지켜봐 주시면서요.
 

Q. 귀촌 생활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네요.

2015년 8월 전북 완주군으로 귀촌한 뒤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너무 평화로워서 심심할 지경이었죠. 농사를 지었더라면 시골의 땅과 하늘과 이웃들과 더 잘 지냈을까 생각해 보는데요.

저는 귀촌한 이후에도 도시에서 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래도 지친 표정의 사람들이 빽빽하게 가득 찬 지하철로 출근하는 것과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강변을 걸어서 출근하는 건 천지 차이였어요. 자연에 감사하면서 벅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귀촌하는 법>이라는 책에 귀촌 생활의 좋고 아쉬운 경험을 솔직하게 적었어요.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던 2022년에 대전으로 이사를 오게 됐습니다.


Q. 이번이 4번째 출판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처음 작가가 되셨나요? 요즘 작가로 N잡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러 번의 출판을 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듣고 싶어요.

완주로 귀촌하기 전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방황하고 고민하면서 긴 시간을 보냈어요. 다양한 곳에서 일하며 신세 지며 몇 달씩 여행생활자로 살았죠. 발리에 다녀온 뒤로는 국내뿐 아니라 어디서든 그런 식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일상과 여행이 교차하는 시간에 대해서 독립출판물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SNS에 올린 그간의 이야기와 계획들을 지켜보던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안해 주셔서 <나 혼자 발리>라는 첫 번째 책을 내게 됐습니다. <안 부르고 혼자 고침>, <귀촌하는 법>도 눈 밝은 편집자님이 좋게 봐주셔서 계속 책을 낼 수 있었고요.

이번에 나온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는 처음부터 출간을 목표로 연재를 한 건 아니지만 상당한 분량의 원고가 쌓이니 책으로 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운 좋게 전에 작업했던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책을 내고 싶다거나 작가가 되고 싶다면 꾸준히 써야 합니다. 저는 칼럼이나 취재 기사 및 인터뷰, 생활정보 글 등 다양한 글을 씁니다.

다음 단계로는 축적과 정리인데요. 완결성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면 나만 보는 컴퓨터 파일로 가지고 있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블로그가 되었든 독립출판물이 되었든 일정 분량의 글이 모인 뒤엔 완결된 모습으로 존재해야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독자가 생기면 책임감과 재미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조회수도 판매량도 독자도 영 없는 것 같아서 흥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최초의 독자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마시고요. 나를 만족시키는 글을 쓰세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세요.

모임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쓰거나, 책을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재미를 잃지 말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라, 내가 이미 작가가 되어 있었네'라고 느끼는 순간이 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에 동료들과 꾸준히 쓰는 모임을 하게 됐어요. 덕분에 쓰기와 읽기가 더 즐거워졌습니다. 글쓰기를 훈련하고 싶은 친구에게는 정성 다해 읽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코칭을 하기도 합니다. 대전에서 글쓰기 모임과 글쓰기 안내를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좋겠어요.

저는 언제나 쓰고 싶은 게 있는 편입니다. 콩나물국밥과 사랑에 빠져서 한창 국밥 이야기를 쓰던 때가 있었는데요, 대전에 온 뒤로는 유성 온천에 반해서 온천 탐방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40대 중반에 들어서다 보니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져서 노화에 관해서도 관심이 생겼고요. 내 몸의 변화와 마음가짐, 회복과 치료, 자기 돌봄에 대해 공부하면서 저만의 이야기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