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물탱크 파열 이어 해외 근로자 사망 은폐?
삼성엔지니어링, 물탱크 파열 이어 해외 근로자 사망 은폐?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8.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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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경질 당할 만한 기업…이건희 회장 선견지명?
중동서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한국인 사망…원인 조사 중

사우디 건설현장 노동자가 코로나바이러스 의심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일부 정치권에서 은폐의혹을 규탄하는 등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 대책이 재차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고가 지난달 26일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물탱크 파열사고의 삼성엔지니어링이라 관심이 더해지고 있다.

당시 삼성 측은 ‘안전환경 강화 종합대책’까지 내놓으며 안전불감증이 부른 예고된 인재라는 점을 애써 지우려고도 했다. 이에 사고 책임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박기석 사장이 연임한 지 4달 만에 경질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루미늄 공장 건설현장에서 두 달 정도 일하고 10일 귀국 예정이었던 던 김모 씨(54)가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나흘 만인 11일 새벽(한국시간)에 사망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의혹이 제기돼 보건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3일 언론을 통해 "외교부와 세계보건기구(WHO) 지역담당 의사 등을 통해 사우디에서 사망한 국내 근로자의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바이러스로 치명률이 50%에 이르는 질병이다. 대체적으로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환자가 집중 발생하고 있다.

복지부는 사망 사인이 밝혀질 때까지 해당 지역에서 사망자와 접촉한 근로자의 국내 입국 제한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미 입국한 3명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상급종합병원의 음압 병상(내부 압력을 낮춰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시설)에 입원조치할 예정이다.

당초 입국 근로자 3명에게서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망자가 '중동기호흡기증후군 의심자'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이다.

현재 알려진 1차적인 사망 사인은 '신부전증과 급성 폐렴에 따른 호흡곤란'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의 증상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사망 원인이 코로나바이러스 의심이라고 하더라도 현지 근로자의 입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은폐 의혹…물탱크 파열 사고 때도 있어 오던 일

전국플랜트건설노조가 공개한 현지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원청업체)하고 동일산업(하청업체)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다. 김 씨의 사망 후 현장에 유사 증상 환자가 많으니 병원 한번 가자고 하니까 작업자 선동하지 말라며 성질부터 내고 있다"며 이튿날인 12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맞다.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귀국을 원하고 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즉각적인 귀국이나 전문 의료시설로 이송 등 안전조치에는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일부 언론들은 전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안전ㆍ보건상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으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

이에 14일 삼성엔지니어링 측 관계자 확인 결과 "모두 9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 중에 19명은 이미 귀국했고, 14명도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며 "남아있는 근로자 들은 관계당국의 지시에 따라 감염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플랜트건설노조 측은 "사측은 '귀국해서 검사받았다가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경우 근로계약서상의 임금은 못 준다'며 사실상 귀국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시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측이 한 것이라고는 숙소 소독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엔지니어링 측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임금을 못 주겠다고 한 것은 귀국 후 잔여 계약기간(2013년 말)의 임금을 의미한 것"이라며 "일을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이니만큼 차후 진행 결과를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이 김선동, 김미희 의원 등과 함께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우디 삼성엔지니어링 현장 노동자 코로나바이러스 의심 사망 은폐의혹 규탄 및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반면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절대 은폐하려고 한 사실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