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조정호,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전문이네
메리츠 조정호,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더니…전문이네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8.2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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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증권사 경영?…고액연봉에 직원 감원, 미등기 전환 꼼수까지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 회장직에서 물러났음에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고액 연봉’ 논란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엔 약 62억 원에 해당하는 조 전 회장의 연봉이 공개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보다 30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된다는 계산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배당금까지 더하면, 지난해 챙긴 돈은 10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인 3,595만 원 보다 무려 172배가 넘고, 잘 나간다는 증권사 평균 연봉(7,280만 원)의 85배에 이른다.

또한 최근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은 금융권 회사 직원들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하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을 통해서 나온 금융감독원의 ‘은행 및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개별 연봉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조 전 회장은 급여로만 최소 62억 원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금융권이 실적 압박과 개인의 도산 등 ‘강요된 갑을 구조’ 의혹에도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끊임없이 제기되는 ‘고액 연봉’ 논란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뉴스와이어
또한 지난해 1분기 단기성과급(2011년도 성과분)으로 15억7,000만 원을 임원에게 지급했는데 등기 임원이 2명인 것을 감안하면 조 전 회장은 최소한 8억 원 이상을 받아 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최소 42억 원의 배당수익을 더하면 지난해 총 소득은 최소 105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급여만 해도 지난해 금융권 연봉 2위의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최소 23억 원)보다  3배에 가까운 돈을 받아 챙긴 것. 물론 경영자의 연봉이 높다고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 경영성과가 좋으면 연봉도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회사의 성과와 상관없이 오너 혼자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업황의 악화로 증권사들과 보험사들의 수익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고, 메리츠금융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메리츠화재는 2011년 해운업종의 리스크 심화로 적자가 발생해 2012년에도 안 좋은 영향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도 자연재해에 따른 손해율 급등, 자산운용수익률 악화 등 타격을 지속적으로 입었다.

이와 함께 수익 개선의 혜택을 등기임원만 누리고 있는 점도 문제가 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이하 메리츠증권) 수익이 개선됐지만, 그 혜택은 등기임원에게만 돌려줬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권 실적 압박ㆍ개인의 도산에도 오너 폭식…‘강요된 갑을 구조’

이러한 문제는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수직 상승한 것에 비해 직원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적었다는 점이다. 결국 금융권 관계 직원의 실적 압박 스트레스와 개인의 도산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강요된 갑을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조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은 2011년 8,999만 원에 이르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지난해 8,974만 원으로 줄었다. 직원수도 같은 기간 872명에서 834명으로 5% 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회사가 12개 지점을 통ㆍ폐합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엔 정규직을 줄이고 계약직을 늘리는 경영 행보를 보여 눈총을 받기도 했다. 6월 말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정규직은 391명으로 지난 3월 말 대비 13.1% 줄어든 반면 계약직은 462명으로 20.3% 증가했다. 전체 직원 가운데 계약직 비율은 46%에서 54%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 전 회장은 지난 6월 일부 등기임원 위치를 놓는 꼼수를 보였다. 2011년 8월 메리츠금융지주의 출범과 함께 회장직을 맡아왔던 조 전 회장은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만 유지하기로 하면서 메리츠종금증권에서는 미등기 상근회장직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조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은 금융권 임원들의 고액 연봉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미등기 상근회장은 등기 비상근 회장과는 달리 회사 결정에 대한 외부적 책임을 피하면서, 연봉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이런 상황은 조 전 회장의 ‘고액 연봉‘ 논란과 맞물려 지난해부터 빈번히 구설에 올랐지만 해당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별 문제가 안 된다는 말만 하고 있다.

조 전 회장의 미등기 상근회장직 유지와 고액 연봉에 대해 메리츠금융 측은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결정하신 것. 사외이사의 경영 감시의 기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어 일부 언론의 “회장님이 증권사에서 처음 경영을 시작했고 그 분야에 대한 애착이 깊다” 고 한 말을 인용하며, 금융지주사 고액 연봉 오너로서 금융관계사 직원들의 ‘강요된 갑을구조‘에 희생되는 것에 대해 질문하자 메리츠금융 측은 “그걸 답할 만한 위치에 있지 못하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