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교육, 2076일 농성 해제 … 노사 합의문 조인
재능교육, 2076일 농성 해제 … 노사 합의문 조인
  • 박성희 기자
  • 승인 2013.08.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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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6일이란 최장기 비정규직 사업장 농성기록을 세운 재능교육이 노사 간 합의문 조인식을 갖고 해고자 전원 복직과 단체협약 원상회복 등에 26일 합의했다.

이날 오후 4시경 재능교육 노사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6층 대회의실에서 '협력과 상생을 위한 2013년 합의문' 조인식을 열고 앞서 19~23일 집중교섭 끝에 도출되고 25일 조합원 총회서 가결된 노사합의문에 최종 서명했다.

▲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에서 열린 '재능교육 노사 2013년 합의문 조인식'에서 양병무 재능교육 대표, 학습지산업노조위원장 황창훈 직무대행, 재능교육 지부장 오수영 직무대행(왼쪽부터)이 합의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노사는 ▲2008년 10월 31일자 해지한 단체협약 원상회복 ▲복귀 즉시 12월 31일까지 단체협약 체결 ▲월회비정산제도 개선 ▲마이너스 월 순증수수료 및 하절기지원금 관련 논의 ▲고(故) 이지현 포함 해직교사 12명 전원 즉시 복귀 ▲모든 고소·고발 1개월 이내 상호 취하 및 형사건 처벌불원탄원서 제출 ▲재능교육지부에 생활안정지원금 및 노사협력기금 2억2000만 원 지급 등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날 조인식에는 대표교섭위원으로 오수영 지부장 직무대행과 유득규 집행위원 등 노조 측 5명이 참석했으며 사측에서는 양병무 대표이사와 김현태 대외협력실장 등이 참석했다.

노사합의문에는 양병무 대표이사와 황창훈 위원장 직무대행, 오수영 지부장 직무대행이 서명했다.

이날 조인식 이후 황 직무대행은 "우리 조합원 모두에게 2076일이라는 날짜가 준 상처가 너무 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라며 "12월에 단체협약을 갱신하는 날에는 진정 웃을 수 있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날들을 잊고 다시 처음부터 출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지난 날짜를 또렷이 기억한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를 노사가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 대표이사는 "최장기 농성장 해결이라는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많은 분들의 수고와 눈물이 있었기에 (노사 합의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며 "조인식 현수막에 써 있는 대로 화합과 상생이 지켜질 수 있도록 회사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장기농성으로 야기된 노사 간 감정적 앙금을 털어내고 노사 모두 재능가족이 돼 불신의 골을 메우는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종탑농성을 마무리한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 오수영(오른쪽), 여민희 조합원이 노사 합의문 조인식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이날 조인식에 앞서 오후 3시경에는 재능교육 본사 맞은편에 위치한 혜화동 성당 종탑에서 202일 간 고공농성을 벌여온 오 직무대행과 여민희 조합원이 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왔다. 이어 3시 30분경에는 재능교육지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2076일 간의 농성을 마쳤다.

기자회견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능교육 노조를 이끌기 위해 많은 도움을 함께 하고 오랜 기간 동안 연대해 준 단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며 "특수고용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에 집중해 재능교육 노조만의 승리가 아닌 이 땅 700만 노동자의 승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혜화동 종탑 농성을 마친 오 직무대행은 "이번 재능교육과 학습지노조의 합의문은 2076일 간 쌓아 올린 상처와 분노, 연대와 투쟁의 결과물이며 모든 비난과 수모를 감수하며 속울음을 삼키며 참고 버틴 결과"라며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투쟁할 힘과 용기를 주신 동지들께 고맙다"고 밝혔다.

특히 여민희 조합원은 "고 이지현 동지의 이름을 재능선생님으로 찾아주겠다는 약속과 단체협약 원상회복을 쟁취해 내려올 것을 매일 다짐하고 동지들께 약속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재능교육 노조는 지난 2007년 12월 21일부터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장기간 농성을 벌여왔고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최장기 투쟁기록을 지난 2월 27일 갱신하면서 최장기간 비정규직 사업장 농성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