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인 문구점 3개 점주가 된 노하우.."무인은 시시각각 매장 관리 가능한 것이 장점"
[인터뷰] 무인 문구점 3개 점주가 된 노하우.."무인은 시시각각 매장 관리 가능한 것이 장점"
  • 김수진
  • 승인 2023.10.1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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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문구점 3개 지점의 점주가 된 박선미님

코로나 이후 소비 방식이 비대면으로 대거 전환되면서 학교 앞 아날로그 문방구도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무인 문구점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초창기 무인점포 출발이 손님 ‘양심’에 맡긴 비수익 구조였다면,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에서 해방되는 새로운 점포 트렌드로 변모해 가고 있다.

무인 문구점 3개 지점의 점주가 된 박선미님을 만나 무인 상점을 운영하는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Q. 어떻게 무인 문구점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하지만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휴직을 마친 후 직장으로 복귀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아이 둘을 맡기고 일을 하기에는 아직도 우리의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더군요.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우연히 무인 문구점을 알게 됐어요.

2년 전 처음 무인 문구점을 창업했을 때부터 앞으로 대세는 무인점포라는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문구점을 선택하게 된 데에는 어릴 때부터 문구를 좋아했던 제 취향도 한몫을 했지요. 

매장을 오픈하면서 아무래도 개인 상점보다는 오픈 초반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무인 문구점 브랜드인 ‘빵꾸똥꾸문구야’를 선택하게 됐고, 혼자 하는 것 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무인 상점을 운영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2021년도 10월부터 시작해 2년 동안에 걸쳐 지점을 점차적으로 늘렸습니다. 구리에 위치한 매장은 13평정도 되는 매장인데, 위치가 초등학교 앞이라 주 고객층은 학생들입니다. 지금은 단골고객도 많이 생겨서 개업 1년 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실제 매장을 운영해 보니 ‘빵꾸똥꾸문구야’는 원래 본사가 문구사무용품 전문기업이었다는 점이 도움이 됐습니다. 다른 무인 문구점들이 완구제품 위주의 제품을 선보인다면, 저는 문구제품으로 차별화를 뒀습니다.

결국 무인점도 특색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제품을 선택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남양주에 위치한 지점은 8평밖에 되지 않지만 매대 구성을 알차게 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무인점포는 굳이 매장이 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해당 지점은 학원 밀집지역이라 성인들과 학생들이 고루 섞여 있어서인지 고가의 문구제품도 곧잘 팔린다는 점을 공략했습니다.

그리고 본사가 있다고 해서 그저 ‘본사에서 물건을 주는 대로 정리정돈만 잘하면 되겠지’하는 안일한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점주가 먼저 요즘 유행하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파악해 바로바로 접목해야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생동감 있는 점포가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간식에서부터 인기 유튜버들이 요즘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 만들기나 먹방 등 아이들의 트렌드를 빨리빨리 캐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무인 문구점에만 있는 간식과 과자들도 매출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기 아이템들을 찾아내기 위해 직접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갖고 있습니다.

또 상권과 입지에 맞는 제품 구성이 무인점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입니다. 간혹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매출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문구제품도 배치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소수의 고객들까지도 배려하자는 차원이라 하는 선택이고, 한발 더 나아가서는 문구점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Q. 어린이들이 주로 이용할텐데, 도난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무인 문구점들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간편하게 물건만 구매하는 곳이 아닌, 스스로 물건 고르는 안목과 도덕성까지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은 체험터, 그리고 놀이터로서 자리매김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게는 도난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도난 사고 시 단순히 아이들의 도덕성에만 기대서는 쉽게 교정이 안 되기 때문에 인성발달에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항상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무인점 하면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던 그런 불미스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무인 상점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디에 있더라도 시시각각 매장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재고보기, 매출관리 등도 한눈에 확인이 되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가도 크게 걱정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저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아서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점주 본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노력한 만큼 경제적 보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네 문방구가 점차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제가 운영하는 무인 문구점이 국내 문구산업 성장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