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산업용 전기 무단 사용…"있는 사람들이 더해"?
삼성전자 등 산업용 전기 무단 사용…"있는 사람들이 더해"?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0.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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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산업용 전기 사용 늘어나…정부차원 대책도 필요
산업용전기 '몰래' 사용한 대기업ㆍ공기업 등 위약금만 300억이 넘어

삼성전자 등 국내 재벌급 대기업이 일반 전기요금보다 싼 산업용 전기를 몰래 사용해 오다가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또 이들은 산업용 전기를 무단 사용한 것도 모자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로부터 심야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공급받으면서 한전의 손실액을 지난 3년 간 5조 원이나 넘게 부담지었다.

이들 대기업을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LG그룹 4곳, 현대ㆍ기아차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각각 2곳 등이다.

6일 <K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들은 산업활동을 증진하기 위해서 요금은 일반용보다 훨씬 싼 산업용 전기를 몰래 사용해 오다가 적발됐다.

▲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은 연구시설에서는 쓸 수 없는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다 무단 사용에 상응하는 전기료를 납부했다.ⓒKBS 뉴스 캡처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은 연구시설에서는 쓸 수 없는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다 2010년 7월에야 일반용으로 바꾸면서 무단 사용에 상응하는 전기료를 납부했다.

당시 공장 가동 등으로 용도가 제한된 산업용 전기는 당시 일반용보다 12% 정도 싸게 공급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제품 제조를 위한 연구개발 단지로 전환하면서 한전과 시각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값싼 산업용 전기를 전용했다. LG 디스플레이는 기숙사, 현대 모비스는 물류 시설, CJ 건설과 신세계 건설은 골프장을 관리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1년 이후 산업용 전기를 전용하다 한전에 두 차례 이상 적발된 기업은 18곳. 전기요금 차액과 추징금 등을 포함해 이들 기업이 낸 위약금만 물어낸 돈이 무려 300억 원이다.

공기업도 마찬가지.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주민복지용으로 설립한 체육시설에 산업용 전기를 무단으로 끌어 쓰다 한전에 위약금을 물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97단독 김갑석 판사는 한전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금전 청구소송에서 "52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 이문동 차량기지를 운영해 온 코레일은 근처 주민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체육센터를 지어 자치구 시설관리공단에 관리를 맡겼다.

관리공단은 2004~2010년 한전과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코레일이 쓰던 산업용 전기를 사용했다가 이를 알아차린 한전이 코레일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하 산자위) 소속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전기료 절감을 위해 일반용 전기를 산업용으로 부당 사용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전용 사례의 대부분은 내부 제보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전기 요금 누수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산업용 전기를 무단 사용한 것과 별도로 심야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면서 발생한 한전의 손실액이 지난 3년 간 5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자위 소속 민주당 박완주 의원의 '2010~2012년 시간대별 전력요금 현황'에 따르면 경부하시간대(오후 11시~다음날 오전 9시) 산업용 전기판매 손실금은 총 5조4,723억 원이었다.

▲ 대기업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LG그룹 4곳, 현대ㆍ기아차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각각 2곳 등이 산업용 전기를 몰래 사용했다.(자료:한전, 출처:김동완 국회의원실)ⓒKBS 뉴스 캡처
박 의원은 경부하시간대 전력소비량의 50%를 상위 50대 대기업이 차지하는 만큼 3년 간 한전 손실액의 50%인 약 2조7,000억 원은 대기업의 혜택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국회 산자위 소속 민주당 전순옥 의원은 "지난 10년 간 국민들이 누진제로 사용하는 주택용 전기의 사용 비율이 줄어드는 동안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산업용 전기의 사용량은 폭증했다"며 "국민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비밀인데 산업통상자원부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 1일 전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가 10년 간 18,900기가와트시(GWh) 늘어나는 동안 산업용 전기 사용은 92,000기가와트시(GWh)가 증가했다.

전 의원은 "전기 사용량에 대한 이런 통계는 누구보다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산업계가 원가 이하의 전기를 계속 사용해서 국민들이 기업에 대해 감정적 적대감을 갖는다"며 산업용 전기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