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도 빚 갚기 어려운 다중채무자 역대 최대..연체율 급등
빚 내도 빚 갚기 어려운 다중채무자 역대 최대..연체율 급등
  • 김다솜
  • 승인 2023.11.28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가계부채 문제가 점점 더 심화되는 가운데 빚을 빚으로 갚는 돌려막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상품 수가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는 역대 최고치로 늘었고 연체율 역시 급등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은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700조6000억원)대비 6.2% 증가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도 177만8000명으로 1년 만에 3.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확산하던 2020년 1분기(4억3000만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채무 잔액과 더불어 연체액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3분기 연체액은 1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5조2000억원)보다 153.8% 급증했다. 연체율은 3분기 기준 1.78%로 지난해 2분기 0.75%에서 크게 늘었다. 

채무가 늘어난다는 것은 연체율도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전체 이자는 1조3000억원씩 늘어난다. 1인당 평균 이자 증가액은 연 73만원 수준이다. 금리가 1.0%p 오르면 1인당 평균 이자는 연 291만원으로 커진다. 

한국은행은 2021년 7월 연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0월 연 3.50%로 2년 3개월 만에 3%p 올렸다. 금리 상승에 따라 다중채무자들의 빚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카드론 대환대출도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기존에 받은 카드론을 만기 내에 갚지 못한 차주가 카드사에 상환자금을 재대출 받는 상품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카드 9개사(롯데·BC·신한·삼성·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으로 전년동기(1조101억원) 대비 47.5% 늘었다. 

문제는 카드론 금리가 높아 대환대출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42%로 9월(14.07%)보다 0.35%p 높아졌다. 3분기 말 전업 카드사 7곳(롯데·삼성·현대·KB국민·신한·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을 비롯한 평균 연체율은 1.67%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3분기(1.07%)보다 0.60%p 늘어난 것이다.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새출발기금을 신청하는 소상공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에 대해 원금 조정, 이자 감면, 만기 연장 등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2만명을 넘지 않았던 새출발기금 신청자는 8개월 사이 2배 넘게 증가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누적 신청자는 4만84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조정을 신청한 채무액은 6조4306억원에 이른다. 이중 새출발기금이 부실채권을 매입해 원금 감면을 해주는 ‘매입형 채무조정’을 통해 1만2070명이 채무액 9966억원에 대한 약정 체결을 완료했다. 평균 원금 감면율은 약 70%다. 

원금 감면 없이 금리와 상환 기간을 조정해주는 ‘중개형 채무조정’을 통해서는 1만1306명(7255억원) 채무조정이 확정됐다. 정부는 새출발기금 신청 수요 급증에 따라 지원 대상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