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CLEAN 코리아 ①…공중화장실 ‘에어드라이어’ 위생 문제
[기획]CLEAN 코리아 ①…공중화장실 ‘에어드라이어’ 위생 문제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3.11.26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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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타월이 위생적합도 높아, 하지만 질적 변화 필요

유튜브에서 ‘코리안 토일렛 페이퍼(Korean Toilet Paper)’라는 영상을 클릭하면 ‘정말 역겨운 이미지’라는 주의 문구와 함께 한국 화장실 휴지통의 불결한 모습이 전세계인들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조회수만 무려 20만 명을 넘어설 정도다.
그 나라의 수준을 보려면 공중화장실부터 가보라는 말이 있다.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아름다운 화장실을 앞다퉈 선정하는 것을 보면 행정기관이나 지역의 자존심까지 걸려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유ㆍ무형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높기로 유명한 한국이지만 일부러 공중화장실 관리 주체에게 위생에 대해 이것 저것 요구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이에 관해 개인 건강과 밀접한 공중화장실의 위생 상태 등에 대해 본지가 점검하는 기회를 만들어 봤다. <편집자 주>

▲ 서울 시내에 사용중인 공중 화장실 에어드라이어 ⓒ데일리팝
#1. 화장실에 다녀왔으니 손을 깨끗하게 씻고 말려야겠죠? 그런데…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등에서 공을 들이고 신경 쓰는 화장실인 만큼 위생도 남다를 것 같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사각지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화장실 사용 후 청결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과 공중위생 측면에서 가장 손쉬우면서도 중요한 일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이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손씻기의 중요성과 관련해, 영국 회사 레킷벤키저사가 설립한 기구이며 바이러스학, 미생물학, 감염질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생위원회(Hygiene Council)’의 보고자료<The Truth About GermsFact Sheet>에 따르면

△ 설사병은 전세계에서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3대 요인 중 하나다. 개도국에서 시행된 다수의 조사에 따르면, 효과적인 손씻기는 설사병을 43%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진다.
△ 올바른 손씻기는 설사, 감기 등의 전염을 감소시키고, 단순히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배탈에 걸릴 위험성이 47%가량 감소된다.
△ 장 병원균의 전염을 막는 주요한 일 중 하나가 안전하게 분변을 처리하는 것과 손을 충분히 씻는 일이다.
△ 또한, 손씻기는 개도국에서의 호흡기 감염 위험을 16%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의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종플루 등 대규모 전염병을 겪으면서 어느 때보다 손을 청결히 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외화에서 본 것처럼 티슈로 입을 가린 채 재채기를 하고, 휴대용 손 소독제를 수시로 사용하는 일 등은 이젠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아 알면서도 소홀히 하기 쉬운 것이 깨끗이 씻은 손을 건조하는 것이다.

공중화장실을 한번 보자. 세정제로 손을 깨끗하게 씻었는데 핸드타월(종이타월) 용기가 비어있는 경우 대게 그냥 자연건조시키거나 옷에 쓱 문지르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세균은 젖은 손을 통해 급격히 확산된다. 요즘에는 비용절감, 관리상 편의성을 들어 핸드타올 대신에 에어드라이어(손 건조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 ETS에서는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종이타월과 에어드라이어로 구분한 결과를 발표했다.ⓒ인터넷 커뮤니티
에어드라이어를 사용할 경우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에어드라이어 자체의 위생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아 불결한 바람만 나오게 되는 것이다.

화제가 된 한 방송사의 에어드라이어 위생실태 고발 사례를 보면, 먼지가 잔뜩 끼어 작동될 때마다 먼지도 함께 나오거나, 바퀴벌레 8마리가 내부에 죽어있던 기계도 있었다.

둘째, 사용 조건의 문제다. 지난 1999년 미국 뉴욕주 보건당국은 에어드라이어를 사용할 경우 손을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으면 에어드라이어에서 나오는 열풍에 의해 손에 잔존하는 세균이 500% 이상 증가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략 45초 정도 말려야 하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나 대형마트, 극장 등 붐비는 화장실에서 에어드라이어를 이용하려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미처 다 말리지도 못한 채 나오게 된다.

실제,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건조시간(74%), 이용자수(11%) 등과 관련한 불편함으로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56%) 조사된 바 있다.

그렇다면, 종이타월과 에어드라이어 중 어떤 것이 손을 건조하는데 효과적일까? 지난 2009년 ETS (European Tissue Symposium)에서 발표된 웨스터민스터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용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각기 종이타월과 에어드라이어로 말린 후의 박테리아 수를 비교한 결과가 주목된다.

△ 온풍이 나오는 에어드라이어 사용 시 박테리아가 평균적으로 손가락에선 194%, 손바닥에선 254% 증가했다.
△ 제트에어드라이어를 사용한 경우에도 박테리아가 손가락과 손바닥에서 평균 42%, 15%씩 증가했다.
△ 종이타월을 사용한 경우에는 손가락과 손바닥에서 각기 76%, 77%의 박테리아 감소했다.

결국, 따지고 보면 건조능력과 이용편의 측면에서 종이타월이 더욱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비용과 수시 교체에 따른 관리자의 수고를 감안한다면 종이타월도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 용기에 쓰여있는 것처럼 말 그대로 한 장만 사용해도 충분한 제품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