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삶 인터뷰] 크리에이터 문혜진 ”혼행의 묘미..24시간 주도권이 나한테 있다는 것”
[혼삶 인터뷰] 크리에이터 문혜진 ”혼행의 묘미..24시간 주도권이 나한테 있다는 것”
  • 이은진
  • 승인 2024.02.08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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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속도로 여행하는 것을 즐겨요”

혼자 살아가는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여행하는 혼행족에 대한 모습도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한국광광공사가 2022년 2월 공개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혼행 인식변화 및 형태분석'을 살펴보면 1인가구의 비중과 관광소비 그리고 혼자 하는 활동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수많은 혼행러 중 지난 한해 동안만 11개의 나라를 여행했다는 프로 혼행러 문혜진씨를 만나봤다. 혼행에 필요한 필수 아이템부터 추천하는 여행지까지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혜진씨가 여행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이 제공
유튜브 채널 iam.hyejin을 운영하는 문혜진씨 ⓒ인터뷰이 제공

생각을 기록하는 크리에이터 문혜진입니다. 콘텐츠 회사 띵컴퍼니와 ‘인간 문혜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유튜브에는 한주의 생각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는 이번 주에 ~한 생각을 했는데, 너는 요즘 무슨 생각해?”라고 구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한주에 있었던 일들과 생각을 구독자들과 쫑알쫑알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Q. 최근 혼자서 뉴욕 여행을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낯선 땅에 홀로 여행을 간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혼여’(혼자 여행)을 가는 이유가 있다면 뭘까요?

뉴욕의 센트럴 파크 ⓒ인터뷰이 제공
뉴욕의 센트럴 파크 ⓒ인터뷰이 제공

저만의 속도로 여행하는 것을 즐겨요. 정해진 틀에 저를 끼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저는 힘이 드는 것 같아요. 패키지여행을 해본 적이 있는데요.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해야 했어요.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면 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으니, 누군가는 더 좋아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제게는 맞지 않았어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숙소에 오면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거든요. 저는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걸으며 여행하는 것도 즐겨요. 그래서 여행하는 24시간의 주도권을 제가 가질 수 있는 혼자 여행을 저는 선호합니다.

 

Q. 혼자 해외여행을 갈 때 필수로 챙기는 아이템이 있을까요?

첫번째는 접이식 포트기에요. 물론 숙소에 포트기가 있지만 쓰기 찜찜하더라고요. 접이식 포트기는 부피차지를 많이 하지 않아요. 라면이나 커피 먹을 때도 좋고, 국물이 먹고 싶을 땐 블럭국에 뜨거운 물만 부우면 되거든요. 특히 뉴욕처럼 물가가 비싼곳에서는 포트기 하나만 있으면 돈을 정말 많이 아낄 수 있어요. 

두번째는 비상약이에요. 유럽여행 한달을 하는데 그중 2주를 심하게 아팠어요. 평소 잘 아프지 않기에 약을 챙겨가지 않았는데, 유럽에서 약값만 10만원정도 썼네요. 소통이 잘 안되니 약을 몇번 사먹었는데도 낫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프랑스에서 한인 약사님이 계신 곳까지 찾아갔어요. 약사님이 의사 선생님한테 프랑스어를 다 통역해주신 덕분에 증상을 정확히 말하고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었네요. 한국에서 자주 먹는 약, 기본적인 비상약은 꼭 챙겨가는 것을 추천해요.

 

Q. 여행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여행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저랑 동갑인 친구를 만났어요. 어렸을 때부터 뉴욕에서 살았다고 해요. 그렇게 인연이 되어 뉴욕에서 만나서 신나게 놀았어요. 

그런데 최근에 이 친구가 한국에 놀러온 거 있죠. 그래서 이번에는 한국에서 놀았네요. 3년 안에 제가 다시 뉴욕에 놀러 가면 제게 방한칸 내어줄 수 있는 곳으로 이사하겠다고 했는데, 과연 이루어질까요?

성인이 되어 목적과 의도 없이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건 꽤 희소한 경험인 것 같아요. 이런 우연함이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요?

 

Q. 일년에 11개 나라를 여행할 정도로 여행을 즐기고 또 실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외여행 말고도 국내여행도 많이 다니시는 편인가요? 

스위스 ⓒ인터뷰이 제공
스위스 ⓒ인터뷰이 제공

2023년 작년 한 해 동안 총 11개 나라를 여행했어요. 국내 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을 선호하긴 해요. 왜냐면 해외는 풍경, 음식 등 모든 것이 제게 처음인 경우가 많기에 편견 없이 여행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국내 여행도 좋아한답니다. 다들 노잼의 도시라고 부르지만 대전도 자주 가요. 제가 대전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은 감자바위골과, 미락전골칼국수에요. 감자바위골은 아주 바삭한 감자전이 제일 맛있고요. 미락전골칼국수는 두부두루치기를 좋아해요. 심지어 가격도 6,000원으로 굉장히 저렴하답니다. 그리고 올해 3월에는 남해 소도읖에서 워케이션을 할 예정이에요.

 

Q. 지금까지 다녀오신 국내외 여행지 중 가장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지금까지 총 24개국 45개 도시를 여행했는데요. 이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은 뉴욕과 발리에요. 뉴욕은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이지만, 현재 가장 가고 싶은 곳이 뉴욕이기도 해요.

뉴욕의 타임 스퀘어 ⓒ인터뷰이 제공
뉴욕의 타임 스퀘어 ⓒ인터뷰이 제공

뉴욕에 있는 옷가게를 구경하다 보면 ‘이런 걸 누가 입고 다녀…?’라는 생각이 절로 나와요. 근데 그런 옷들을 사람들이 입고 다녀요. 우리나라는 무신사 냄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패션이 비슷하죠. 하지만 뉴욕은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찾는 게 훨씬 더 어려웠어요.

다들 특이하고 개성 있는 옷들을 입고 다니더라고요. 우연히 학교를 보게 되었는데 인종이 정말 다양했어요. 미국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다양성을 접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름을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었네요. 다양성이 너무나 당연한 뉴욕을 한 번 더 경험해 보고 싶어요.

발리는 제가 가장 힘들 때 도망치듯 갔던 곳인데요. 너무 신기하게도 발리에 도착한 그날부터 발리를 떠나기 전까지 매일 행복했어요. 발리에서 고마운 택시 아저씨를 만나기도 했는데요. 택시를 타고 한 사원으로 갔어요. 사원에서 하는 댄스공연을 티켓팅해야하는데, 시장통인지 티켓팅하는곳인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티켓 부스를 향해 달려들었어요. 저는 어쩔 줄 몰라 쭈뼛거리고 있었는데, 택시 기사님이 자기가 티켓을 구해주겠다며 그 시장통을 뚫고 가서 티켓을 구해주셨어요. 이 기사님과 사진도 찍고 페이스북도 교환했는데 꼭 다시 가서 만나고 싶네요.

 

Q. ‘가성비’ 여행이 주목을 받는 시대에 세 달 월급 만큼의 비용을 써서 뉴욕 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돈을 아끼는 여행과 아낌없이 투자하는 여행 중 어떤 걸 선호하시나요?

뉴욕의 타임 스퀘어 ⓒ인터뷰이 제공
베를린 ⓒ인터뷰이 제공

2023년 한 달 동안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너무 오랜 꿈만 꾸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유럽에서 쓴 돈이 700만 원 정도였으니 평범한 직장인 기준 2달에서 3달 정도 월급이에요. 정말 큰돈이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2달에서 3달 정도면 유럽 여행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유럽 여행을 꿈꿔왔어요. 하지만 너무 큰 돈이 들어가서 지난 몇 년을 미뤄왔죠.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 ‘몇달’을 위해 ‘몇 년’을 미뤄왔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뉴욕 여행을 갈 때도 이번에 또 미루면 앞으로 나는 몇 년 동안 꿈만 꾸며 살아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뉴욕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평소 여행에 가서 돈을 펑펑 쓰는 편은 아니에요.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끼고, 쓸 때는 확실히 써요. 예를 들어 뉴욕에서 슬립노모어에 뮤지컬을 봤는데 푯값이 22만 원이었어요. 하지만 고민하지 않고 바로 결제했어요.

그 이유는 슬립노모어는 관객이 배우를 따라다니면서 관람하는 공연이라고 적혀있었는데 설명을 읽어도 상상이 되지 않았거든요. 저는 상상되지 않는 것들에는 고민 없이 돈을 써요. 예를 들어 아이폰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에어드랍이 얼마나 편한지 상상하기가 어려운 것처럼요. 하지만 반대로 상상이 되는 것들에는 관심이 없기에 돈을 잘 쓰지 않아요. 특히 저는 음식에 큰 관심이 없답니다. 자신만의 명확한 소비 기준을 가지고 여행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커뮤니티 ‘띵라이트’부터 ‘인간 문혜진’ 유튜브 채널까지, 다양한 도전을 하고 계신데요, 이러한 도전의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띵라이트는 일상의 ‘띵!’한 순간을 나누는 커뮤니티이에요. 그리고 ‘인간 문혜진’ 유튜브 채널은 생각을 기록하는 채널이죠. 이 두 개의 미디어는 ‘콘텐츠’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의사가 환자를 살리듯, 콘텐츠는 브랜드(기업, 사람 등)를 살린다고 믿고 있어요.

결국 누군가는 ‘기록’하고 알려야 브랜드가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세상에 왜 필요한지 이유를 알고 있어요. 내적동기가 충분하니 즐기지 않을 수가 없네요!

좋아하는 책에서 본 문장을 하나 소개해요.

“진실은 열심히 일하는(사는) 사람은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생각이나 마음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와 비전을 그리며 근육으로 열심히 하고, 그 열심을 통해 다시 근육이 더욱 튼튼하게 자라나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 혹은 혼자 여행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뉴욕을 여행 온 다른 한국 친구들과 같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각자만의 여행 스타일을 존중하지만, 제 눈에는 그들이 조급해 보였어요. 검색하면 나오는 꼭 가야할 리스트를 가지 못하게 되면 초조해했고, 이번이 뉴욕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자기 컨디션을 체크하지 않고 무리하게 여행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저는 뉴욕이 너무 좋더라고요. 볼 것도 경험할 것도 많고요. 이 넓은 뉴욕을 한 번의 여행으로 끝나는 건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뉴욕에 또 와야겠다는 꿈을 꾸었어요. 다시 뉴욕에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훨씬 여행이 다채로워졌어요. 이런 여유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