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보험까지 끌어쓴다..생보 약관대출 60조 육박 
불황에 보험까지 끌어쓴다..생보 약관대출 60조 육박 
  • 김다솜
  • 승인 2024.02.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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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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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약관(계약)대출 규모가 60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약관대출은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혀 가계 부채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케 한다. 

생명보험협회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59조5490억원으로 지난 1월 대비 1조9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간 늘어난 잔액규모가 3조원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뿐 아니라 손해보험의 약관대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생명보험·손해보험 등 전체 보험약관대출 규모는 70조5008억원으로 반년만에 2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중 손해보험은 18조2294억원을 차지한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보험사 대출 상품이다. 해지환급금이 있는 상품만 가능하며, 평균적으로 해지환급금의 70~95%를 빌릴 수 있다. 내가 낸 보험금 중 만기 시 돌려받게 되는 금액을 담보로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신용등급 조회 등의 심사 절차와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다. 

이런 특징 때문에 1금융 대출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경우, 대출 상환 가능 시점이 불투명한 경우 등에 많이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미래에 받을 보험금을 당겨 쓰는 것으로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따라서 약관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생명보험업계는 정부 권고로 대출 금리를 0.5%p까지 인하했다. 금융당국이 보험약관대출의 가산금리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보험약관대출 가산금리 산정체계의 합리성을 점검한 결과 보험계약대출과 관련이 없는 시장금리변동 기회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고 있음을 파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등 보험사들이 금리 인하에 나섰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약관대출 이자 납입 유예가 가능하도록 개선하기도 했다. 보험계약자 중 비자발적 실직, 최근 1년 내 폐업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 최소 1년 이상 이자 납입을 유예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금감원은 향후 중도상환수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제2금융권은 자금 운용 차질에 따른 기회비용과 대출취급비용 등을 보전하기 위해 0.5~2.0%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금감원은 모바일대출도 영업점대출과 동일하게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근저당권 설정비가 없는 신용대출에도 담보대출 수준의 수수료를 내게하는 등 불공정 금융 관행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판단, 실제 발생 비용만을 반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약관대출 문턱을 낮춰 가계 부채 증가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금리 인하 등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줄이려고 하는 가계 빚이 오히려 늘어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