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는 전세시장 에스크로 도입 논쟁..실현 가능할까? 
다시 불붙는 전세시장 에스크로 도입 논쟁..실현 가능할까? 
  • 김다솜
  • 승인 2024.02.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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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장관 "에스크로, 긍정적 검토할 것"
현행법따라 에스크로 부동산 거래 가능하지만 실상은 '유명무실'
KDI "LTV 활용한 혼합보증제도 도입시 에스크로 실효성 높일 수 있어"
KBS 일요진단 라이브 캡쳐화면
KBS 일요진단 라이브 캡쳐화면

정부가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에스크로(Escrow, 안심거래) 도입을 고심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제3자가 보관하는 방법으로 안전성은 확실히 담보되지만, 자칫 전세제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당시 전세보증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는 방안은 어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에스크로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상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중개하는 매매보호서비스를 말한다. 전자상거래에서는 ‘결제대금 예치’를 의미하는데 거래대금을 제3자에게 맡기고 물품 배송이 확인되면 판매자에게 지불하는 제도로 사용된다. 

부동산에서의 에스크로 제도는 은행 등의 중립적 제3자가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재산·서류 일체를 거래 대상 부동산의 소유 이전시까지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제3자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대금 및 권리를 담보하다 계약조건이 이행됐음을 확인하면 매매대금은 매도인에게, 소유권은 매수인에게 이전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공인중개사법(당시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했다. 공인중개사법 제31조에 따라 개업공인중개사가 계약금·중도금 또는 잔금을 금융기관이나 신탁회사 등에 예치하도록 거래당사자에게 권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에스크로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수익성 저하와 거래 절차의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실제 에스크로를 활용하는 거래가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에스크로 제도가 활성화 돼 있는 미국의 경우 부동산 거래시 무조건 에스크로 계좌를 이용하도록 의무화 돼 있다. 주택 검사부터 보험 가입, 명의 이전 등 모든 절차가 완료됐을 때 매도인은 매매대금을 받을 수 있다. 

 

전세 에스크로, 실현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국내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며 전세거래에 에스크로가 도입돼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시절에도 관련 논의가 오간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 에스크로 도입을 전세제도 폐지로 받아들이는 등 부정적 반응이 잇따르자 원 전 장관은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장관도 일요진단 라이브 출연 당시 “시장의 거래 관행과는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은 전세 세입자 보호 및 사기 예방 등의 측면에서 에스크로 제도가 확실한 효과가 있는 만큼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초 발간한 ‘전세 레버리지(갭투자) 리스크 추정과 정책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보증금을 신탁기관에서 관리하므로 임차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현저히 감소할 수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간 정보, 협상, 편익 등 비대칭적인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에스크로 제도가 전면 도입될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을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돼 전세제도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LTV(담보대출비율)를 활용한 혼합보증제도를 제안했다. 전세가율이 LTV 규제 이상이면 해당 LTV까지는 반환보증으로 보호하되, 그 이상의 보증금에 대해서는 에스크로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KDI는 “혼합보증제도는 소위 ‘갭투자’를 억제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며 “혼합보증제도를 활용해 전세가율을 LTV 이하의 보증으로 낮춘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보증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임대인 입장에서도 가입할 유인이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