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내도 월세 받는 게 이득” 불법건축물 임대 횡행 
“벌금내도 월세 받는 게 이득” 불법건축물 임대 횡행 
  • 김다솜
  • 승인 2024.03.04 16: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건축물 양산에도 법적 제한수단 미비
불법건축물 임차인, 주거정책 사각지대 내몰릴 위험 높아
"주택임대 위한 거주적합성 기준 마련·도입 필요"
ⓒ국토연구원
ⓒ국토연구원

주거용 불법건축물이 양산되면서 안전하지 않은 주거시설로 내몰리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법건축물은 단속이 어려울 뿐더러 현행법상 불법건축물을 임대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법적 제약이 없어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연구원은 국토정책브리프(Brief) ‘불법건축물의 주거용 임대 실태와 세입자 취약성 대응방안’을 통해 불법건축물의 양산은 임대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한 불법행위를 실효성 있게 규율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건축물은 크게 4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먼저 비주거용도로 허가받은 건축물을 주거용도로 이용하는 ‘무단 용도변경’이 있다. 저층부에는 근린생활시설, 상층부에는 다중·다가구·다세대주택을 배치하는 복합용도로 건축하고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근생빌라’가 대표적이다. 

일조사선 제한으로 건물을 짓지 못하는 베란다나 옥상을 불법적으로 증축하거나 필로티 주차장 또는 1층 외부공간을 확장해 사용하는 ‘불법 증축’, 취사시설 설치가 금지된 다중주택에 가스레인지 등을 설치해 임대하는 ‘불법 내부설비 변경’ 등도 있다. 

내부에 벽을 세우거나 복층으로 허가 받은 세대의 내부 계단을 철거하고 막는 등의 구조 변경을 통해 세대수를 늘린 일명 ‘방 쪼개기’ 형태의 ‘불법 내부구조 변경’도 불법건축물의 주요 유형으로 꼽혔다. 대개 여러 불법요소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건축물, 왜 이렇게 많을까?
임차가구, 불법성에 노출..거주 취약성 ↑

불법건축물이 양산되는 배경으로 ‘임대수익 증대’가 우선 꼽힌다. 무단 용도변경이나 방 쪼개기를 통해 임대수익을 늘리고자 하는 집주인이 많다는 것이다. 불법건축물이라 하더라도 매수·매도 과정에 제약이 없고 오히려 투자수익률이 높은 상품으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반해 불법건축물에 대한 단속은 미비하다. 정기 점검, 항공사진 판독에 의한 단속, 민원에 따른 단속 등이 이뤄지곤 있으나 집행과정에서 민원 대응체계 미비, 인력·조직 부족, 전문성·권한 부족 등의 문제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치의 실효성도 낮은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과거에는 전화·전기·수도의 공급거부, 영업 행위허가 금지 등 다양한 조치수단이 존재했으나 2006년 ‘공급거부’ 조항이 사라지면서 현재는 ‘이행강제금’이 주요 조치수단이다. 그러나 이행강제금이 불법행위로 얻을 수 있는 임대수익보다 적은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부족하다. 

주거용 임대를 위한 법적·물리적 기준이 없는 점도 불법건축물 양산에 한몫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임대기간 등에 대한 규정만 명시할 뿐, 주택의 법적·물리적 기준은 없다. 주거기본법에서 최저주거기준을 마련했으나 주택임대를 위한 기준으로 활용되지는 않아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 임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주택임대를 위한 법적·물리적 기준을 제시하며 세입자 주거권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건강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있거나 거주적합성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 임대가 불가하도록 했다. 

연구원이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의 ‘위반건축물 대장’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RTMS)의 ‘임대차 자료’ 등 행정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국내 위반건축물은 주로 임대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위반건축물은 불법건축물 중 행정부처로부터 단속 및 초치가 이뤄진 상태의 건축물을 말한다. 

ⓒ국토연구원
ⓒ국토연구원

2019~2022년 4년간 다세대·연립주택에서 발생한 임대차거래 94만건 중 15만6000건(16.7%)이 위반건축물에서 이뤄졌다. 다세대주택 거주 임차가구의 최대 6.6~27.8%, 연립주택 거주 2.5~34.8%는 위반건축물에 거주하고 있었다. 다세대·연립주택에서 주거지를 마련하는 임차가구 중 상당수가 불법성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불법건축물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여러 방면에서 취약성을 경험한다. 전입신고나 확정일자 발급은 대체로 가능하지만, 미등기 또는 중첩 전입신고로 인한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크며 보증보험 등 보증금 보호가 제한되고 전세보증금 대출이나 주거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특히 ‘정상적 주거’를 전제한 주거정책의 사각지대를 발생시켜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연구원은 불법건축물 주거용 임대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주택임대를 위한 거주적합성 기준을 마련·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불법건축물 단속 및 조치 실효성을 강화하고, 거주 세입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