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작가도 계약서는 필수”…서울시,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 만든다
“보조작가도 계약서는 필수”…서울시,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 만든다
  • 오정희
  • 승인 2024.03.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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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범위·근로시간·임금기준 비롯 크레딧 등 맞춤형 노동조항 담아

# 웹툰 보조작가로 일하는 30대 A씨는 회차당 50컷 분량의 보정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바쁜 연재 일정에 맞추다 보면 정해진 분량을 초과하기가 일쑤다. 원래라면 50컷을 초과하는 분량은 물론이고, 액션 장면처럼 복잡한 장면도 일일이 추가 금액을 받아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이런 일이 잦아지다 보니 A씨는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지만,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만 계약을 맺었던 탓에 쉽지 않았다.

최근 국내 웹툰이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음에 따라 관련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K-웹툰’의 이면에는 웹툰 작가를 도와 함께 웹툰을 완성함에도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 채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계약환경에 놓인 보조작가(어시스턴트)가 있다.

서울시는 웹툰 보조작가의 공정한 계약기준 확립과 이를 통한 노동권익 보호를 위해 업무 범위, 근무시간 등 노동조건이 명확하게 담긴 ‘서울형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4월 중 개발을 시작해 하반기 민간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한 편의 웹툰이 만들어지려면 ‘콘티(대본)’, ‘데생(밑그림)’, ‘선화’, ‘채색’, ‘보정’ 등 7~9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 주에만 서너 편의 분량을 연재해야 하는 웹툰 작가는 많은 작업량으로 인해 각 과정을 도와주는 보조작가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많은 보조작가가 구두계약으로 일을 하거나 계약 내용에 대해 협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계약을 맺는다. 이로 인해 업무 범위가 불분명하거나 제작사나 작가의 무리한 업무 요구에 무방비한 실정이다. 심지어 약속된 급여일이 지켜지지 않는 등 급여 지급조차 불확실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번에 개발하는 표준계약서에는 업무 내용과 범위, 근무시간, 임금 기준과 같은 일반적인 노동조건은 물론 ‘작품 내 이름 표기(크레딧)’ 등 웹툰 보조작가의 업무 특성을 고려한 계약기준을 명확하게 담을 계획이다.

시는 웹툰 보조작가의 경우 웹툰 작업에 참여하고도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때가 많다며, 표준계약서를 통해 기본적인 계약상 권리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작업물에 대한 보조작가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향후 경력 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발된 표준계약서는 글·그림 구분 없이 웹툰 작업에 참여하는 보조작가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하며, 주요 웹툰 제작사나 협회를 비롯해 웹툰 작가와 보조작가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더 많은 웹툰 보조작가의 권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관련 기관 및 단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등 표준계약서 확산과 공정한 계약문화 조성에 꾸준히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