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취직 말고 알바” 프리터족 늘어난다 
[트렌드줌인] “취직 말고 알바” 프리터족 늘어난다 
  • 김다솜
  • 승인 2024.03.1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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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 증가세
'프리터족'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
"고령기 빈곤, 국가 경쟁력 약화" 우려도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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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직업을 갖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명 ‘프리터족’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리터족은 자유롭다는 뜻의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her)의 합성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경기불황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로만 생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탄생한 단어다. 

일본의 프리터족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싶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5~34세 청년의 수는 73만명으로, 10년 만에 14만명 증가했다. 25~34세 비정규직 수(237만명)가 같은 기간 64만명 감소한 것과는 대조되는 양상이다. 

25~34세 비정규직 근로자 중 ‘형편이 좋은 시간에 일하고 싶다’를 비정규직 근무 이유로 꼽은 이들의 비율은 10년 사이 10.6%p 증가한 반면, ‘정규직 일자리가 없어서’라고 답한 비율은 17%p 줄었다.

현지 전문가는 “개인적인 삶을 충실히 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었고 일에 대한 가치관도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 프리터족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파트타임 근로자(주 30시간 미만 근로)의 비중은 2018년 12.2%에서 2022년 16.4%로 4.2%p 증가했다. 같은 기간 파트타임 근로자 수는 51만9000명에서 62만4000명으로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고용환경이 악화한 것도 영향이 있지만, 자발적으로 프리터족을 택한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하나의 직장에 얽매이기보다 낮은 임금을 받더라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SNS에서 프리터족을 주제로 한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대 후반에 프리터족이 되길 선택했다는 한 유튜버는 직장을 떠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프리터족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들도 많아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구인구직 플랫폼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70.8%은 프리터족에 대해 긍정적(매우 긍정 15.7%, 대체로 긍정 55.1%)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46.1%), ‘사회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줄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22%), ‘취미생활 등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어서’(17%) 등이 꼽혔다. 

프리터족을 제외한 나머지 응답자들에게 ‘앞으로 프리터족이 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51.5%가 ‘있다’고 응답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응답자 중 54.3%, 20대 중 51.9%가 프리터족이 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프리터족이 그대로 장년화 되면서 중장년 빈곤, 고독사 등 각종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떠오른 바 있다. 이에 개인의 고령기 빈곤 문제와 나아가 국가적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일본의 한 경제학자는 “프리터족의 증가는 결혼율과 출생율을 낮추고 사회 활력을 잃게 하는 사태로 이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