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골든타임' 날리고 "해경 언제오냐"만 되물어
세월호 '골든타임' 날리고 "해경 언제오냐"만 되물어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4.04.20 0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객 대피시키라" 잇단 지시에도 교신 끊길 때까지 '퇴선 명령' 하지 않아

진도 인근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선장과 승무원 등이 배가 침몰 중이었던 사실을 파악하고도 초기 45분여 동안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공개한 세월호와 진도 해상관제센터(VTS)와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09시 06분부터  09시 37분까지 교신 내용에서 확인됐다.

앞서 세월호가 오전 08시 48분 경 급회전을 시도하다 기울어져 08시 52분 쯤 표류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세월호는 제주 VTS와만 교신하며 승객 탈출에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또한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가까운 진도 VTS가 아닌 제주 VTS에 첫 조난신고를 하거나 해경에 신고 또는 긴급전화(122)를 이용하지도 않았다.

결국 진도 VTS는 09시 06분부터 31분까지 교신 내용으로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확인했다.

진도 VTS는 곧바로 세월호 주변에 있는 국내외 선박들에게 침몰 사실을 알리면서 구조 활동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으나 소위 골든타임을 놓쳐 많은 승객을 구조하지 못했다.

세월호와 진도 VTS와의 교신 내용이다.

진도 VTS는 09시 06분쯤 세월호와의 첫 교신 이후 세월호가 침몰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배의 상황을 파악했다.

진도 VTS 측은 "즉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착용시키고 구명벌(원형 고무보트)을 투하하라. 선내 안내 방송을 통해 승객들을 대피시키라"고 지시했지만 세월호는 '방송이 고장 났다'고 응답하기만 했다.

진도 VTS가 승객들이 구명보트에 타고 있냐고 물었지만 세월호는 "배가 기울어 탈출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는 세월호가 승객들이 탈출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만을 하며 인명피해를 키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이어 세월호는 진도 VTS와 첫 교신 당시 침몰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재차 "해경이 오고 있냐고"만 거듭 물으며 구체적인 퇴선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진도 VTS 측이 "세월호 인명탈출은…선장님이 직접 판단 하셔서 인명 탈출 시키라. 우리가 그쪽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이 최종 판단을 해 승객 탈출 시킬지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하자 세월호는 "그게아니고 지금 탈출하면은 바로 구조할수 있냐고 물었다"고 거듭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게다가 진도 VTS는 09시 26분부터 27분까지 경비정과 헬기의 도착소식을 알렸으나 끝끝내 세월호는 "교신 상태가 불량하다", "승객이 많아 헬기 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교신을 한 항해사는 계속해서 구조가 가능한지만 반복했다. 반면, 승무원들은 교신이 끊어진 오전 09시 37분 이후 곧바로 배를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교신이 끊기고 3분 뒤 승객과 승무원 등 150∼160명이 세월호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앞서 오전 08시 55분에서 09시 06분까지 세월호와  제주 VTS, 제주해경과 교신한 내용이 공객된 이후 추가 교신이 밝혀지지 않아 궁금증이 커진 바 있다.

세월호는 제주 VTS와 "해경에 연락해 주십시요. 본선(세월호)이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갑니다"며 "지금 배가 많이 넘어갔습니다.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빨리 좀 와주십시요"라고 교신했다.

이어 "인평피해는 없습니까"라는 제주 VTS 질문에 "현재 확인불가합니다. 선체가 기울어서 이동 불가합니다"라고 답했다.

제주해경과 제주 VTS 교신에서는 "세월호 상황 재확인 했습니다"로 확인 된 바 있다.